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52>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5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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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풍구

글 ·사진 김운기 편집위원

주름진 야윈손 세월을 짓네 겨울철 낮은 기압으로 찬공기가 굴뚝으로 스며들어 밀고 나와 아궁이에 지폈던 젖은 나무는 연신 부채질을 해대어도 불꽃이 깜박깜박, 부엌은 연기로 가득차고 저녁밥이 늦은 아낙은 애간장이 탄다. 이럴때 아궁이에 힘차게 바람을 불어넣어 불꽃을 일게 할 방법은 없을까, 아낙은 머리를 짜내며 궁리를 하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초가 흙집을 짓고 넓적한 돌판으로 온돌(구들)을 깔아 나무나 낙엽으로 불을 피워 밥을 짓고 난방을 하는 방법을 개발해 사용해 왔다. 온돌을 뜨겁게 달구어 그 열기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장작불을 태우고 남은 불덩이를 화로에 담아 난로로 쓰고 불씨를 남기는 지혜가 뛰어났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일은 마른 장작이나 삭정이 등 땔감이 좋으면 불을 쉽게 붙이고, 붙인 불이 잘타서 밥도 쉽게하고 온돌도 빨리 덥힐 수 있지만, 젖은 나무나 생솔가지는 밑불이 좋아도 바람을 불어 넣지 않으면 타지 않는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손으로 돌려 바람을 일으키는 '손풀무'다. 무쇠로 만든 손풀무는 큰바퀴를 달아 팔랑개비가 달린 작은 바퀴를 돌려 바람을 한 곳에 모아 불을 잘피우게 하는 생활도구다.

지금은 가스레인지에 버튼만 누르면 파란 가스불이 피어 오르지만, 30여년전만 해도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던 시대에는 손풍구가 요긴하게 쓰였다.

손풍구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데 필요하지만 '풍로'라고 해서 흙으로 빚어 만든 화덕 일종에 숯이나 장작을 잘게 쪼개 불을 붙이는데 손풍구가 절대로 필요했다.

이동 가능해 집집마다 비치해 사용

풍로는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름철 양은솥을 풍로에 얹어 손풍구로 불을 붙이면 밥도 짓고 국도 끓일 수 있는 취사도구로 한때는 집집마다 비치하고 사용해 왔다.

손풍구에 구멍이 여러개 뚫린 쇠연통을 접목시키면 왕겨나 톱밥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왕겨나 톱밥은 한손으로 풍구를 돌리고 또한 손으로 톱밥이나 왕겨를 던져 넣으면 불꽃이 계속 일어난다.

왕겨와 톱밥은 화력이 약해 쇠죽을 쑤고 메주콩을 삶고 군불을 피울때, 오랜시간 천천히 불꽃을 피울때, 손풍구가 없으면 불꽃이 일어나지 않아 연료로 사용할 수없다.

70년대 무연탄이 공급으로 사용 줄어

70년대 들어 무연탄이 시골까지 공급되면서 손풍구 사용이 줄어들었지만 30년 가까이 손풍구는 농촌 뿐만 아니라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의 절대 필수 도구였다.

손풍구는 실감는 물레에서 착안된 것으로 큰바퀴에 홈을 파서 작은 바퀴와 고무줄이나 스프링을 연결, 큰바퀴를 천천히 돌리면 작은 바퀴가 빨리 돌아 팔랑개비가 돌면서 바람을 일으켜 한곳으로 관을 타고 모아져 화력을 높여주는 편리하게 설계된 도구인데 농촌이 폐허가 되면서 손풍구가 고물상과 민속 수집품상으로 팔려나가 지금은 농촌에서 찾기가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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