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철딱서니(!) 없는 진천·음성 통합 공방
참으로 철딱서니(!) 없는 진천·음성 통합 공방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1.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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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이 진천군과의 통합을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천군 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제기돼 양 지역간 불필요하게 감정만을 잔뜩 고조시킨, 이른바 영양가 없는 공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지역의 통합을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역적행위나 다름없다. 앞으로 통합이 되든 안 되든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두 지역을 앙숙관계로만 만들 뿐이다.

그런데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호재도 없다. 이번 사례처럼 일단 입만 뗐다하면 ‘벌떼같은 여론’을 수반할 정도로 폭발력이 세다. 특히 정치인들의 입장에선 치고 빠지는 식의 이런 공방은 그야말로 불감청 고소원의 소재가 될 것이다. 지역 의제를 선점해 자신의 입지를 자가발전시키는 데 이만한 먹잇감도 없다.

하지만 주민들의 밑바닥 정서를 무시한 통합논란이 얼마나 무모한지는 당장 청주·청원 통합을 통해서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나가는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찬성이 절대다수였던 청주·청원의 통합이 무려 20여년을 질질 끌다가 어렵게 성사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리더들의 여론호도가 근본적인 원흉이었고 결국 통합의 성공은 이를 철저하게 차단시켜 주민자율 의사에 맡긴 것에 기인한다.

마산·창원·진해(마창진)가 4년 전에 대대적으로 통합하고도 다시 분리의 위기에 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이곳 시민들은 주민 투표를 통한 결정을 강력 요구했지만 집권여당이 다수당이었던 3개 시 의회가 정부의 입김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제와서 통합시장이 계란에 얻어터지는 험한 꼴을 당하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이 앞다퉈 벌이는 진천·음성 통합 공방 때문에 그동안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지낸 양쪽의 애먼 주민들만 정서적으로 점점 갈라지는 추세다. 실제로 요즘 두 지역의 사석에선 서로 상대를 비난하고 폄훼하는 언사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특정인 몇명으로 인해 분위기가 이렇듯 전개될 경우 설령 나중에 통합의 당위성이 절실해진다고 하더라도 양쪽이 치를 기회비용은 청주·청원 통합의 사례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나라의 지도자가 전쟁을 부추기면 국민들은 그저 서로 원수가 되어 피를 흘릴 뿐이다.

오는 2020년까지 인구 4만2000여명을 목표로 하는 충북혁신도시가 진천·음성에 반반씩 걸쳐 있는 현실에서 어차피 두 지역은 어느 시점에선 통합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구난방으로 얘기되고 있는 무슨 군 출장소니 도 출장소니 하는 것들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치단체 통합논의는 애초부터 진정성을 기반으로 출발해야 하고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군수가 불지르고 상대 군의장이 이를 끄기 위한 어깃장을 놓는 형국이라면 두 지역의 통합은 이미 싹수가 노랗다. 계란이 아니라 돌멩이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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