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11.18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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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혁신학교 논쟁이 뜨겁다. 혁신학교는 2009년 4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해 지금은 6개 교육청에서 570여개의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빠르게 늘어나 2015년에는 전국에 1,300여개의 혁신학교가 지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계열이 대립하고 있는 교육계를 비롯하여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학교에 대한 논쟁은 치열한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혁신학교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아이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교육계의 기존 질서가 파괴된다.’는 반대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충북에서도 혁신학교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운 김병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철퇴를 맞았다. 지난 7월 새로 구성된 충북도의회가 혁신학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그들은 혁신학교를 추진하면 학력이 저하되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며, 학교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명분이다. 

이에 맞서 충북도교육청은 ‘행복씨앗학교(충북도 혁신학교의 명칭)’를 공개모집하고 내달 12일에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충북에서의 혁신학교 시행여부는 충북도의회의 손에 달려 있다. 그들이 2015년도 도교육청 예산심의에서 혁신학교 예산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많은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입시 공장이 되어버린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제도의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살아야 한다. 학교가 사는 길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학교의 주체, 즉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의 학업위주의 교육제도와 교사중심의 학교는 학교의 주체인 아이들을 피동적인 학생으로 만들뿐이다. 혁신학교는 바로 학생이 주인인 학교,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물론 이제 시행된 지 5년 정도 밖에 안 되어 성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혁신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고, 창의적인 교육 아이디어로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다. 

혁신학교는 학교가 교육에 대한 거의 모든 자율권을 갖는다. 학생들의 의사가 존중되며 그들의 의지가 교육에 반영된다. 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이 꼭 40분일 필요는 없다. 어느 학교는 80분 수업을 하기도 한다. 어느 학교는 4학기제로 운영하며 계절마다 방학이 있다. 커리큘럼도 학교 자율이다. 교사는 행정업무에서 해방되고 수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합의하면 모든 것이 자유로운 것이 혁신학교이다. 

그렇다고 교육감이 밀어붙인다고 해서 모두 혁신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학부모와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신청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도의회는 예산 삭감을 무기로 그 신청의 기회마저 싹을 자르려 한다. 혁신학교에서 교육받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혁신학교를 가장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학습저하’인데 그것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결정할 몫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혁신학교의 운영을 통해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다. 

결국 진보교육감에 대한 흔들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도의회는 더 이상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이용하여 혁신학교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2015년 충북도교육청이 신청한 혁신학교 예산은 9억 4천만 원이다. 도의원들이 도민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의원 재량사업비의 10분의 1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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