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89>
궁보무사 <18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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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자랑이랍시고 말을 하는거야"
14. 쫓기듯이 달리는 자

이를 보고 양청의 아내는 나름대로 복수()를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무척 다행이라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내의 이런 모습을 보자 양청은 또다시 눈살을 팍 찌푸렸다.

'어떻게 된 게 저 여자는 화를 내건 미소를 짓건, 앞에서 보건 옆에서 보건 그 못난 얼굴에는 전혀 변화가 없네. 도무지 정이 붙을 만한 구석이 있어야지. 아! 아! 하필이면 내가 왜 저런 두루뭉숭이 같이 생겨먹은 걸 선처해 주었을까.'

양청이 속으로 이렇게 한탄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거지들 중 한 놈이 양청의 처를 슬쩍 쳐다보고 나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야! 간만에 술 한 잔도 걸쳤겠다, 어때 암컷 맛 한번 보는 것이"

"으응 그 그럴까"

모두들 양청의 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양청의 아내는 기겁을 하며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소리쳤다.

"어머머! 무슨 소리에요! 가까이 오덜 마세요. 전, 보다시피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후후. 누가 모른대"

그들 중 한 놈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청의 아내 손을 재빨리 잡아채버렸다.

"으읍!"

양청 아내를 한 번 쳐다본 놈의 얼굴 위에 갑자기 핏기가 싹 가셔버렸다.

"난 포기하련다. 자, 이거 너나 가져!"

놈은 양청 아내를 자기 동료 쪽으로 밀쳐 내주었다.

"으으음."

그자 역시 양청의 아내 얼굴을 한 번 보고는 심히 못마땅한 듯 고개를 가로 내저었다.

다른 놈들 역시 보는 눈에 차이는 없었다.

"아무리 돼지 쪽을 보고 먹는 건 아니라지만, 이건 좀 너무 심해! 아무튼 넌 참 좋겠어! 네 마누라 쪽을 보고 건드릴 놈이 어디 있겠어"

그들 중 어느 누가 빈정거리듯이 양청에게 말했다.

"자, 빨리 떠나자. 팔결성 병사 놈들이 뒤쫓아 올는지도 알 수 없으니 말이야."

거지 놈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양청의 말 두필과 마차 안에 있던 적당한 물건들을 꺼내가지고 어디론가 급히 가버렸다.

"어휴! 오늘 왜 이렇게 일이 자꾸 꼬이냐"

양청은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허공을 쳐다보았다.

"여보! 그래도 천만다행이지요 당신도 보셨다시피 놈들에게 제가 당하지 않았으니."

못생긴 아내가 방긋 웃으며 양청에게 말을 건넸다.

"아니, 그것도 자랑이랍시고 말을 하는 거야"

양청이 어이가 없다는 듯 아내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어머머! 다행이지 않고요 만약 당신과 우리 애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제가 놈들한테 골고루 돌려가며 몹쓸 짓을 당했다고 생각해 봐요. 창피해서 제가 어떻게 살아가요"

양청의 아내가 자기 딴엔 무척 애교스럽게 보이려는 듯 뱁새눈처럼 짝 째어진 눈으로 양청을 살짝 흘겨보았다.

"알았으니 애들 데리고 팔결성으로 빨리 돌아갑시다. 에이, 오늘 괜히 죽도록 사서 고생만 했네."

양청이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며 한탄한 듯 이렇게 말했다.

"호호호.어쨌거나 아까 놈들한테 내 오줌 섞인 술이라도 마시게 했으니 다행이지 뭐예요. 그나마 그런 것마저 없었더라면 우리가 억울해서 어쩔 뻔 했겠어요"

아무튼 양청 내외가 어린 자식들만 데리고 팔결성에 되돌아 왔을 때에는 이미 해가 저물어 땅거미가 깔린 저녁이었고, 두 내외는 너무 힘이 들은 나머지 거의 초죽음 상태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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