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남북한 전면전과 지금 대한민국 사회
12월 남북한 전면전과 지금 대한민국 사회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1.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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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헛소문도 자꾸 퍼지다 보면 어느덧 실체가 된다. 요즘 공인이나 연예인들이 악성루머 때문에 종종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처음엔 그저 그러러니 했던 12월 전쟁설이 이젠 제법 논리(?)로까지 무장해 사람들을 혼돈스럽게 하고 있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남한 지역의 지하가 심지어 청와대조차 북한의 남침용 땅굴에 점령당했고 김정일 사망일인 12월 17일을 전후로 남북한 전면전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엔 서울역 광장에서 일부 개신교 단체가 주관하는 ‘남침땅굴 위기해소를 위한 구국기도회’가 긴급히 열려 우리의 상식마저 의심케 할 정도의 많은 얘기들이 쏟아졌다. 12월에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청와대에도 최소 84개의 땅굴망이 인입돼 있다, 국정원 내에 땅굴을 덮으려는 종북좌파 세력들이 있다는 등등 듣기에 따라선 우리나라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도 남을 말들이 터져 나왔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이를 주도한 인사들이 한때 이 나라 국방을 책임진 요직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공군 전투비행단장과 군수사령관을 지낸 한성주 예비역 소장(현 교회장로)은 아예 정부를 향해 “내 말이 거짓이면 사법처리하라”는 식으로 으름장까지 놓고 있고 국방장관을 지낸 권영해씨 또한 이들을 동조하고 나섰다. 

최근 방송 특히 종편이 이들의 주장을 인용해 땅굴의 존재여부를 대서특필한 것도 12월 전쟁설을 부추긴 결정적 요인이 됐다. 말이 나온 김에 과거엔 소위 점잖치 못하다든가 혹은 지나친 공적(公的), 사적(私的)영역이라는 이유로 터부시되던 사안까지 요즘은 시청률 경쟁에 나선 종편이 앞다퉈 까발리는 바람에 국민들의 입장에선 오히려 정보 접근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12월 전쟁설과 땅굴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소문들에 대해 SNS와 사이버상의 확산이 예사롭지 않자 국방부는 우선 땅굴과 관련한 공개검증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지난 1974년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땅굴이 의심된다고 신고된 전국 570여 곳을 시추한 국방부가 “이미 발견된 것 외에 더 이상의 땅굴은 없다”고 강변하는데도 땅굴론자들은 믿기는커녕 그조차 거짓이라고 매도한다.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공개적인 검증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 논란을 접하면서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이완현상이다. 일부에선 호전(好戰)증후군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우려를 나타낸다. 말도 안 되는 북한의 언어적 도발이 빈발하고 실제로 몇몇은 행동으로 옮겨지는 상황에서 일종의 안보 피로증에 빠진 국민들이 어느덧 전쟁을 가볍게 여기려는 경향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요즘 사석에선 “이 참에 한번 붙자”는 식의 화풀이성 강성발언도 심심치않게 터져 나온다. 

근자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전쟁의 분위기가 가장 높았던 때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을 기점으로 하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 시기였다. 국가 지도자들까지 ‘전쟁불사’를 입에 올리는 바람에 일부 사재기현상마저 빚어졌다. 

하지만 150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나라를 30년 뒤로 후퇴시킨 6·25전쟁의 참혹상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세상이 두쪽나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 남북한 전면전이 발발하는 순간 100만명이 희생되고 다시 660~70년대의 폐허로 돌아간다는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두려운 게 아니라 현재의 주변국과 강대국 구조에선 아예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더 현실적 판단이 섬뜩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어떠한 전쟁도 절대로 논리적이지 못하다. 그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전쟁은 오로지 반(反)문명 반(反)인간 반(反)역사 반(反)이성으로 점철돼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모든 것을 죽일 뿐이다. 때문에 전쟁에 의한 통일은 인류사회의 최대 허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21세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에서 전쟁의 망상이 이토록 불거지고 있을까? 

역사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하나 가지고 있다.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종말론과 전쟁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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