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교향악단장 선정에 대한 遺憾(유감)
청주시립교향악단장 선정에 대한 遺憾(유감)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1.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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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청주시립교향악단장에 류성규씨(40)가 선정돼 오는 17일 신원조회를 거쳐 정식 위촉될 예정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주시향은 아주 젊은 지휘자의 새로운 리더십을 맞게 됐다.

이번 신임 단장 선정에 지역음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가 국내에 몇 명 안 되는 지휘 전문의 실력가인데다 그동안 여러 잡음에 휘말렸던 시향의 전후사정을 고려하면 지역과의 연고가 전무한 인사가 차라리 조직의 체질변화나 발전에 적격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청주같은 중소도시에서 굳이 교향악단장을 외지인으로 결정하는 문제는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요즘엔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도시들은 예외없이 자체 교향악단 등 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다. 청주만 하더라도 청주시향을 비롯해 시립국악단, 시립합창단, 시립무용단 등 4개 단체를 운영하며 연간 110여억원의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지방자치시대에 걸맞는 문화양성, 다시 말해 지역과 늘 함께 하며 일종의 공동체적 삶을 가꿔가기 위해서다. 실제로 전국적 유명세를 타는 지방의 예술문화단체를 보면 철저하게 그 지역에 천착한 활동으로 상대적 존재가치와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청주시향 역시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작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른 데에 있다. 시민들은 세계적 수준의 청주시향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시민 개개인이 고객이자 주인이 되고 또한 이 지역의 정신과 정서에 거리낌없이 부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충북 표’ 교향악단을 바라는 것이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전국의 지자체 교향악단이 그 지방만의 독창적인 예향(藝鄕)의 이미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절대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청주시향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구성원들의 지역연고성을 높일 필요가 있고 그 책임자 역시 되도록이면 이러한 마인드의 인물로 선정돼 단원들을 이끌어야 정상인 것이다. 실력있는 사람을 불러들여 시향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력있는 지역 출신들을 발굴해 이들을 실력있는 음악가로 키우는 것 또한 지방자치시대에 시향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이번 차기 단장 결정을 놓고 청주시는 3가지 원칙을 준용했다고 한다. 공정하게 심사하고, 실력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며,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시향이 각종 구설에 휘말렸던 전례를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물론 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들이 아직 실력에 미달되고 몇몇 거론되는 음악인들조차 서로 하겠다며 잡음을 일으킨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청주시가 과연 마지막까지 적격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다 했느냐는 질문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일부 음악인들이 불미스런 논란을 부추겼다면 그들의 자질도 문제이겠지만 어찌보면 청주시의 관리 부재에 책임이 더 크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인사구조가 더 큰 암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지휘자 공모를 놓고 청주시향 내부에선 “제발 실력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여론이 비등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사들로선 대오각성할 당위성(?)이 분명 있다. 하지만, 비록 이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청주시는 이의 타개를 위한 책임감을 누구보다도 더 가져야 할 것이고, 그러기에 이번 공모에 있어서도 끝까지 지역 인재를 찾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 자리가 지역 음악인들이 클 수 있는 결코 쉽지 않은 `기회'이기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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