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 많으신가요?
아침잠, 많으신가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4.10.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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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주환아! 그만 일어나야지!” 아침이면 대부분의 엄마는 단잠 자는 아이를 깨우느라 바쁘다. 깨우지 않아도 벌떡 일어나는 부지런한 아이도 있겠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깨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고, 날씨까지 차가워지면서 게으른 엄마인 나 역시 점점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아들과 함께 푹 자다가 지각이 일쑤인지라 어미로서 얼마나 반성이 되는지 모른다. 

진보교육감들이 교육계에 대거 입성하면서 일부 시·도는 9시로 늦추는데 논란이 크게 일었었고, 우리가 사는 충북에서도 등교시간이 다소간 늦춰졌다. 고 3인 아들은 3월에는 7시40분에 집에서 나갔는데, 이제는 8시10분쯤 출발한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기는 하지만 학부모로서 느끼는 아침의 여유는 만족, 그 이상이다. 

도대체 아침 등교, 언제쯤이 좋은 것일까? 독일도 이 고민을 하는 모양인데, 독일 초·중등학교는 모두 7시50분에 학교 수업을 시작한다. 하절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동절기에는 역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등교시간의 어려움에 대해 지난 9월 독일 슈피겔지는 독일교육부, 교육전문가, 교사, 학부모 등 각계의 의견을 조사해 게재했다. 

등교시간, 우선 장관들의 생각은 어떨까? 작센주 교육부장관은 등교시간의 결정은 학교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단위학교에서 학교 회의를 통해 수업 시작 시각을 정하고 그 책임도 스스로 지도록 하고 있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장관은 학교가 사회의 일부이므로 학부모의 근무시간, 지역의 교통 인프라 구조 등을 고려하되 주 교육부에서는 7시30분에서 8시30분 사이에 시작하는 규정을 제안하고 있으나 학교와 학교운영위가 지역상황을 고려하여 수업 시작 시각을 유연하게 결정하도록 한다. 함브르크주 장관은 학교급에 따라 초등학교는 8시, 중학교 이상은 8시 45분이 적절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고, 청소년기에는 수면시간이 더 길다는 신체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학생들과 함께 일과를 보내는 선생님 중 함부르크주 김나지움의 한 선생님은 8시보다는 9시 이후에 수업 집중도가 좋아지므로 9시에 수업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일하는 부모를 고려해 돌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의 근무시간 유연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반면, 독일교사협회장의 경우 학생들이 오후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8시에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일찍 학교는 개방하여 돌봄 기능을 수행하되 수업은 8시 30분 이후가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사춘기 청소년이나 고학년은 9시에 시작하고, 시험은 절대 9시30분 이전에 시작하면 안 된다고 했다.

독일의 등교시간에 대한 갑론을박을 보며, 한 가지 우리와 다른 점은 분명했다. 우선 장관, 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학생들이 타고난 발달과정을 먼저 염두 한다는 것, 그리고 시험에서는 더 철저하다는 것! 모의고사, 기말고사 시험이 있는 날 우리 아이는 더 빨리 등교한다.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그렇지 않다. 더 늦게 잠들지만, 수면시간은 더 필요한 청소년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하여 빠른 시험 시간을 고집하지 않는다. 심지어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 수업을 더 늦게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교육 중에 제일 좋은 것은 사람이 타고난 것을 잘 길러주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북돋아주고, 장점을 살려주면 단점이 덮어지고 잘 못하는 것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등교시간, 정치가 아니라 아이들의 타고난 성질을 따르려는 생각, 이것이 진짜 교육의 시작이다. 깊어지는 가을만큼 여유 있는 아침을 즐기면서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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