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에 부쳐
공무원연금 개혁에 부쳐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4.10.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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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이맘때면 공무원들은 파김치가 된다.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심의에 영일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행한 지난 일들에 대한 잘잘못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심판장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은 여느 때처럼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원들이 요구한 방대한 자료를 작성해서 보내야 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휴일도 반납하고 야근을 해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고달픈 기간이다.

예산은 전쟁터의 실탄과 같다. 실탄 없이 전쟁을 할 수 없듯이 예산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신발이 닳도록 드나들고 국회통과를 위해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실을 돌며 사전 브리핑을 하고 읍소를 하며 예산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때가 되면 업무에 과부하가 걸려 과로와 스트레스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지방공무원들의 업무강도는 이보다 더하다.

국회 국정감사는 물론 국비확보를 위해 관련부처와 국회를 넘나들어야 하고 따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를 받아야 되고 지역의 이해당사자들과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는다. 

그런 공무원들이 요즈음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그들의 노후 생명줄인 공무원연금이 난도질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들의 유일한 낙이며 기댈 언덕이며 자부심이다. 

공무원연금이란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공직에 입문했고 형편없는 박봉에도, 철밥통이라며 영혼 없는 직업인이라고 조롱을 받아도, 민원인들에게 멱살을 잡혀도, 산불을 끄다가 비탈길에 뒹굴어도, 가축방역 나갔다가 소 뒷다리에 차여도, 의원과 기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모멸과 핍박을 받아도 이를 묵묵히 감내해온 그들이다.

큰돈은 못 벌어도, 크게 출세는 못해도, 잦은 비상근무와 특근으로 가족들과 주말여행 한 번 못 가도 공직이 천직이려니 하고 참고 살아왔다. 믿는 구석인 공무원연금이 있어서이다.

그런 공무원연금을 최근 정부와 여당이 공적자금이 많이 들어간다고, 국민연금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손보겠다고 하니 공무원들이 열 받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 정부가 11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면서 퇴직수당 등으로 쓴 수조원의 기금과, 떨어지는 주가를 막기 위해 주식에 기관투자토록 해 입은 수조원의 손실금과, 역대 정권들이 기금관리에 문외한인 비전문가들을 연금관리공단 대표로 코드인사, 보은인사 해서 초래한 경영부실에 대한 일언반구의 사과나 해명도 없이 작금의 기금 적자만 문제 삼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대하여 공무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역사도 짧고, 기금마련 방식도 다른 국민연금과 단순비교 하여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개혁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처사에 대하여 반기를 들고 있다.

공무원노조들은 정부와 여당의 이런 일방적 메스를 저지하기 위해 결사항전을 외치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물론 평균 수급액의 2배나 넘는 고액 수급자의 문제나 33년 기여금 납부 상한제의 존폐 문제, 당초 연금 설계시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부담액이 증대되는 문제 등에 대해선 공무원들도 일정부분 수긍하고 있는 터다. 

당연히 이해당사자들과 대화의 여지가 남아있다.

공무원의 자존심도 살리고, 국가재정도 살리는 상생안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므로 정부와 여당은 그간의 잘못을 국민께 진솔하게 고해하고 밀실에서 만든 정부의 일방적인 개혁안을 고집하지 말고 현직 공무원 대표들과 수급자인 전직 공무원 대표들도 논의에 참여시켜 미래지향적인 건강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기 높은 머슴이 주인집 곳간을 가득 채우듯, 사기 높은 공복이 나라의 곳간을 그득 채움을 상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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