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전담경찰관, 감성적 마인드를 갖자
학교전담경찰관, 감성적 마인드를 갖자
  • 이정희 <청주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청소년계 &
  • 승인 2014.10.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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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청주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청소년계 경사>

학교전담경찰관 업무를 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점이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현재 대부분의 가정구조는 부모와 자녀 한 두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부모는 맞벌이인 경우가 또 대부분이다. 부모들은 시간에 쫒겨서 자녀들에게 잘못에 대한 죄의식을 가르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거나, 내 잘못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잘못되어 있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2004년 당시 태국을 휩쓸었던 쓰나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가족의 실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더 임파서블’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마리아’와 ‘헨리’ 부부가 아들 세명과 함께 그동안 소원해진 가족들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다.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는 평화로운 리조트에서 다정한 한 때를 보내던 크리스마스 다음날, 상상하지도 못한 쓰나미가 덮쳐 단 10분만에 모든 것이 물살에 휩쓸려 가고, 가족들은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 속에서도 서로가 살아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적적으로 가족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영화에는 사춘기를 맞은 큰 아들 ‘루카스’가 있다. 루카스는 여행전 이기적인 반항아 였지만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맞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성장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일상적으로 대하는 가족은 매일이 ‘평범함’이 아닌 ‘기적’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본 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학교폭력을 대하게 되었다. 바로 ‘학교폭력은 감성적으로 해결하자’이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처음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시작할 때는 학교폭력이 무엇인지, 처벌은 어떻게 받는지, 신고는 어디로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이론적인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감정 교육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을 ‘이성적’, ‘감성적’인 부분으로 나눈다면, ‘이성적’인 말은 논리적인 사고에 의하여 냉정한 판단력을 말하는 것이고, ‘감성적’인 말은 감정이 풍부해 그 상태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사춘기인 학생들은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어 신체적 성장상태는 어른에 버금가지만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뇌는 아직도 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을 겪게 된다. 키가 크다고 마음도 다 자란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감성적인 학생들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감성적인 부분을 공감해줄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학교폭력, 더 나아가 ‘기적적인’ 가정을 파탄시키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위 ‘더 임파서블’의 영화 한 장면을 보여주고 ‘이런 기적적인 가정을 파괴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장난으로 시작된 학교폭력이다’라는 교육을 하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학교전담경찰관, 이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간다면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따뜻한 학교 문화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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