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각
당신 생각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10.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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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화첩의 초상화 한 점이 눈길을 끈다. 153×81.3㎝ 비단에 채색된 1604년에 그려진 ‘내시 김새신 초상화’가 그것이다. 공신상功臣像 치곤 그림 속 주인공이 너무 배젊다. 작자 미상의 이 그림 특색은 코밑과 턱 아래가 민숭민숭 한 점이다. 수염이 없다. 전형적인 내시상內侍象이다. 그 당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이들이 누리는 특혜중 하나가 최고의 화가가 그린 초상을 덤으로 받는 거였다. 이로보아 어떻게 내시가 공신이 됐을까? 의문이 인다. 더구나 그림 속의 관복 흉배로 봐선 주인공이 문관 3품이다. 역사 기록을 떠올리자 곧 의문이 풀린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의주로 피난 갈 때 호위 하던 신하 80여 명이 호성扈聖 공신이 되었다. 이에 따르면 1등에 이항복, 2등에 류성룡 등이 있었고, 그 다음이 이례적으로 24명의 내시였다고 한다. 이 때 3등 공신이던 김새신(1555

~1633)이 바로 초상 속 내시다. 이 그림을 보노라니 문득 속담 하나가 생각난다. ‘내시 이 앓는 소리’가 있다. 요즘 시국을 지켜보노라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말들이 마치 이 소리와 흡사하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 두 번이면 족하다. 귀를 기울이면 매가리 없는 지루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다. 날만 새면 대지를 비추는 청명한 햇살과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참으로 싱그럽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시답잖은 말들 앞에선 왠지 두 귀를 씻고 싶다. 눈을 들면 골골샅샅이 풍요로움으로 충만하잖은가. 이런 날엔 끼니 한 끼쯤 걸러도 허기를 못 느끼겠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 두 볼을 간지럽히는 신선한 바람, 들녘에 고개를 숙인 곡식들은 절로 민초들의 뱃속을 든든하게 만든다.

이 좋은 시월 상 달, 많은 잔치로 전국 곳곳이 흥청이고 있다.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이렇듯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노니 돌연 세상사를 한번쯤 돌아보는 여유마저 지니게 된다. 이 세상이 이 가을처럼 맑고 밝고 따뜻하고 넉넉하면 얼마나 좋을까?

밤길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찾아오려나. 성실하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 대가를 꼭 되돌려 받을 수 있으며, 정도와 법을 준수하는 국민들이 존경받고 우대받는 세상은 언제나 이뤄질까? 이런 소망을 갖는다. 사회의 지도자라는 인사들이 쏟아내는 숱한 말잔치 보다 사소한 일이라도 국민을 위해 행동을 앞세우는 정치인들이 못내 그리워진다.

물론 국민들도 노력을 해야 할 일이지만 정치인들의 행동은 더 모범이 되어야 하겠기에 하는 소리다. 제56회 충북예술제 개막식에서 보았던 어느 정치인의 태도가 그나마 민초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날 무심천 변에서 예술제를 축하하는 풍등 날리기가 있었다. 참석자들이 3인조가 한 팀이 되어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리려 할 때다. 모 정치인이 황급히 다가와 풍등의 불을 끄며 풍등 날리기를 만류 했다. 자칫 풍등에 붙여진 불이 큰 불로 이어질 것에 대한 염려에서다.

그 정치인의 행동을 떠올리며 현철의 노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불러 본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이 없어라/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척 떠나버린 너/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는 내 마음(생략)’

유행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의 주제는 불변의 사랑이다. 그럼에도 어제의 사랑 맹세와 오늘의 사랑 맹세의 무게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되기도 한다.

진정한 사회 지도자라면 더구나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라면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정치인은 모르긴 몰라도 앉으나 서나 국민의 안녕과 복지만을 생각하는 게 몸에 배였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이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진리에 의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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