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의 연휴를 마치며
5일의 연휴를 마치며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4.09.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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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오랜만에 만나서 더 반갑기도 하고, 오랜만이기에 더 서먹하기도 하였다. 9월 초 그야말로 황금 같던 연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연휴가 시작될 때는 5일이나 되는 휴일에 웃음이 절로 났는데, 지난 5일 어떤 시간을 보냈나 되돌아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잘 드려야지, 책도 좀 한 권은 읽어야지, 부모님도 좀 도와드리고 등등 계획은 많았으나 결국 시간은 지나갔다. 계획대로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딱 맞춰 출발한 약속에 늦어본 경험, 누구에게나 있다. 분명히 계획상은 늦을 것이 아니었는데, 도착해보면 역시 늦었다. 왜 그럴까? 예상된 시간에 출발할 것이고, 버스는 제시간에 오고, 신호는 걸리지 않으며 등등 방해되는 요인은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은 예상보다 실제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예상할 때는 최적의 상황을 떠올리는 편향성을 갖는다.

일상의 약속에 늦은 것은 그렇다 치자.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오 가우디는 1886년 이 성당을 착공하면서 10년 만에 완공할 수 있다고 호언하였지만, 아직까지 건립 중이다.

착공한 지 무려 140년 후인 2026년에나 완공이 예상된다고 한다. 공사 기간만이 아니다. 호주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 하우스는 1957년에 건립이 추진되었는데,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700만 달러(호주달러)였다. 그 예산으로 1963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들어간 돈은 애초 예산의 15배인 1억 200만 달러가 들었다. 건립 규모를 대폭 줄였는데도 말이다.

일상의 약속이든, 대 공사이든, 작든 크든 우리 삶에서 이런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렇게 실제 계획이나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 비용 등이 소요되는 현상을 ‘계획오류(planning fallacy)’ 또는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이런 오류는 왜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 비현실적인 최적 상황 예상, 대충대충 생각해 구체성을 결여한 계획과 실행, 나만 뒤처져 있다는 불안과 욕심이 부른 오버페이스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일은 초보자들보다 성공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우리는 흔히 말하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의 일을 계획하라는 말은 과거에 해봤다는 이유로 미래에는 훨씬 잘할 수 있다는 낙관적 착각에 빠지라는 말은 아니다. 내부자의 낙관적 시선이 아니라, 외부자, 제삼자의 엄밀한 시각으로 과거의 유사 경험을 철저히 분석할 때 예상되는 난관과 어려움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 악물며 큰 결심을 하면, 우리는 해낼 것이라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 계획이 실패하면 우리 계획에 있었던 오류나 낙관 편향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비하하며 한동안 자기를 괴롭힌다. 내가 그렇지. 내 능력에 뭐가 되겠어하고.

이번 주 대부분 주요 대학들이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 3월, 아니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 저마다 대학 지원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노력했을 터인데, 지원하는 학생 중 여유 있게 준비를 마친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그렇지, 내 능력에. 하지만, 능력 탓이 아니다. 실수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힘내자. 지금 이제 인생 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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