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 장군과 4선 국회의원, 그래도 고향은 그립습니다
4성 장군과 4선 국회의원, 그래도 고향은 그립습니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9.0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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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별 4개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삶의 덧없음을 또 한번 곱씹게 된다. 그러면서 치열하게 산다는 것의 그 이면에 꿈틀거리는 인간 의지의 허위(虛僞)가 그저 버겁게만 다가 올 뿐이다. 어쨌든 충북은 아까운 인물 또 한명을 잃었다.

예기치 않은 일로 졸지에 군복을 벗게 됐지만 사실 1군 사령관 신현돈 장군은 누구보다도 군(軍)을 사랑했고, 자신을 키워 준 고향에 대해서도 지나칠 정도로 성심을 다했던 사람이다.

군 전력의 핵심이라는 작전과 특수전의 전문가로 일관하면서도 이를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았고 부하들에게도 결코 권위적이지 못한(?), 가슴이 넓은 장성으로 통했다. 자신의 부대에 고향 사람이라도 찾아 오면 문앞까지 내처 달려와 예의를 다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지난 2012년 이른바 노크귀순 사건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 때도 가장 가슴아파했던 이들은 다름아닌 고향사람들이다. 참 군인으로서의 그의 뜻이 채 피우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고 대한민국 제1야전군을 지휘하는 자리에 오름으로써 주변의 염려에 오히려 가능성과 희망으로 답했던 것이다.

이랬던 그가 군복과 군화를 내팽개친 ‘음주 추태’라는 치졸한 굴레를 뒤집어 쓰고 허망하게 지휘봉을 내려 놓게 됐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참 관운도 없다”고 한 마디씩 하지만 이 역시 그저 허허롭게만 들릴 뿐이다. 다만, 관운이라는 것은 원초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태어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도움과 배려가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말이다.

성공한 리더의 옆에는 반드시 성공한 조역자가 있다. 적어도 그날, 신 장군을 인사불성으로 만든 고향 친구들은 조역자가 아니라 부역자(附逆者)가 된 셈이다. 이것조차 신 장군의 운(運)이라면... 글쎄다, 그래도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같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언론들은 4선 의원의 중량감이 기사회생했다고 호들갑이지만 이를 대하는 도민들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니 부끄럽기조차 하다. 국회의원 4선은 말 그대로 군(軍)의 4성 장군과 맞먹는다. 이 정도가 되면 그의 한 마디는 곧 나라의 잣대가 되고 원칙이 된다. 국회 내에서는 동료의원들을 몰고 다닐 정도의 세(勢)를 형성하고, 소속 정당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난 3일 TV로 비쳐지는 송광호 의원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동료의원들한테 편지까지 쓰면서 읍소한 것도 부족해 본회의장에서도 좌불안석하며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느라 전전긍긍했다. 비록 본인은 체포는 면했지만 대신 도민들은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낭패감을 맛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송광호 의원의 국회 처리건과 관련해선 본인의 지역구인 제천, 단양에서조차 동정론보다는 업보론이 우세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과연 그가 4선을 하는 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는 일종의 자책성 의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내세울 가장 큰 치적인 단양 수중보조차 백년 하세월이 되었음을 거론하며 그동안 본인의 행세에는 다선 의원의 위상이 유용했겠지만 지역을 위해선 의미가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송의원은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표를 호소해 당선됐다. 한데 국회의장은 커녕 자신의 상임위 관련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일보 직전까지 몰렸으니 그를 뽑아준 유권자들이야 배신감이 이만저만 아닌 것이다.

송 의원의 사태는 다른 도내 국회의원들한테도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기껏 뽑아 줬더니 지역 관련 활동이나 역할에는 마치 부업처럼 면피만 하려 한다든가, 행동이나 실체보다는 말로써만 사람들을 현혹하며 정치인생을 이어가는 의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느낄 필요가 있다. 자신을 키워준 고향의 정성을 업신여기다간 언제 뒷치기를 당할 지 모른다. 아마도 2년 뒤엔 그 본색이 드러날 것이다.

충청타임즈가 올해 추석 특집의 주제를 ‘고향에서 힐링하자’로 정했다. 세월호 참사 등 말도 안 되는 사건들, 말도 안 되는 인간상실의 만행들이 빈발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고향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준다.

고향은 곧 자연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가을 들녘의 풍성함, 어머니와 가족들의 따뜻함을 함께 하며 ‘나’ 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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