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의 국민 기초 군사훈련
분단국가의 국민 기초 군사훈련
  • 박병찬 <안보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9.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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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안보 칼럼니스트>

지난달 31일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을 봤다. 여군 부사관 후보생 기초 군사훈련 특집코너였다. 참가자는 유명 배우 및 가수, 국가대표선수 등 7명으로 자기분야에서는 명성이 있는 스타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던 유명인들이었다. 그런데 ‘여군특집’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들 중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보통사람들과 차별화된 역량을 가진 뛰어난 면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남다른 노력과 열정으로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됐고, 여성의 몸으로 남성도 기피하는 대충 흉내 낼 수 없는 군사훈련에 도전한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의 첫 군사훈련 모습은 한마디로 어설프기 짝이 없어 보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체력은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대와 아쉬움이 많았다. 일반 사회인이 군인 되는 과정, 특히 신병훈련과정은 매우 힘들다. 급변한 경직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남성들에게도 그리 쉽지 않다. 이번 ‘진짜사나이-여군특집’에 참가한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예견된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군인에게 가장 기초훈련인 제식훈련도 쉽지 않았다. 자기 몸조차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아 수없이 지적을 받았다. 반복에 반복 숙달을 했음에도 그랬다. 각개전투는 더했다.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받던 한 후보생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훈련 자세 및 정신집중’ 불량으로 지적을 받은 데다 얼차려-팔굽혀펴기를 하는 과정에서 의지대로 되지 않는 체력의 한계에 대한 설움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한다. ‘왜 나만 못하는 것일까’ ‘왜 나만 가지고 그래’하는 자책과 원망이 뒤섞인 미안함과 애증에서 표출된 울부짖음 같기도 해서 매우 안타까웠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화생방 가스체험훈련이었다. 방독면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 후보생들은 가스체험실에서 완전 이성을 잃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철모 등 일부장비를 내팽개치고 화들짝 난리법석을 떨며 갈팡질팡하다가 통제조교들까지 몸으로 밀치고 밖으로 탈출했다. 현역병보다 잘한 후보생도 있었다. 라미란 홍은희 박승희 김소연 등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텨 ‘00는 역시 다르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함께한 모두는 화생방 무기, 특히 유독가스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평생 잊지 못할 듯싶다.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는 언제 어느 곳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지역이다. 여건만 조성되면 전면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하시라도 적의 총탄과 화생방 무기가 날아올 수 있다. 나를 향해 말이다. 이 때 자신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구비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훈련이 각개전투, 화생방 등 기초 군사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날아오는 적의 총탄 및 화생방 무기는 남녀노소 그 누구도 비켜가지 않는다. 스스로 피해야 살 수 있다. 그러자면 훈련, 특히 각개전투 화생방 등 기초 군사훈련은 필수다. 군 장병뿐 아니라 국민모두에게 말이다.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은 나에게 그런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해줬다.

모쪼록 이 여성특집코너가 ‘보고 울고 웃으며 즐기는데 그치는 단순 볼거리 흥행물이 아니라 분단국가 국민들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기초 군사훈련 및 민방공 훈련 등 안보관련 교육훈련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대로 느끼고 배우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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