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 김낙영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14.08.3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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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낙영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일요일 아침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이순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가 입에 담배를 물고 화단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고 계셨다. 처음에는 화단에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을 헤집고 손을 움키기에 잡초를 뽑으시는 것으로 알았는데 몇 걸음 뒤에서 살펴보니 한 손에는 담배꽁초가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그러고는 잠시 후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또 다시 담배꽁초를 주우셨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재개발된 아파트라서 재개발 당시 아파트 터에서 거주하시던 나이 지긋한 분들이 더러 눈에 띈다. 차림새도 흔히 시골마을에서 볼 수 있는 그러한 차림으로 일반인들이 외출할 때 입는 그런 복장은 아니었다.

아저씨께 말을 건넸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도 계시는데 매일 같이 이렇게 담배꽁초를 주우시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저씨는 나도 담배를 피우지만 이런 사람들은 “담배를 피울 자격도 없는 것 같다”며 “내가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며칠 전 상당구청에서 공무원 청렴 및 친절도를 평가했다는 설문결과를 접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공무원의 청렴과 친절 중에 무엇이 우선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응답 시민의 60%는 친절을 선택했고 40%의 응답자는 청렴을 선택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 아닌가싶다. 사전적 의미로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일컫고, 친절은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을 뜻하고 있다. 그러니 청렴은 내면을 강조하는 단어 같고 친절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청렴은 도덕과 결부되고 주관이 무너지면 부정의 싹이 트게 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청주시의 청렴시책에 대해 40%의 시민들은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고 60%의 시민들은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청렴은 눈에 띄게 들어나는 것이 아니니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부정과 부패에 연루되었을 때는 청렴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그때서야 청렴하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된다.

아직도 빠른 민원처리를 위해서는 36%의 시민이 인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부분이 우리 스스로 자성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는 안 그렇다 치더라도 시민들이 그럴 필요성을 느낀다면 부정의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민원처리시 공무원에게 바라는 우선순위에 대해 빠른 민원처리를 요구했고 공무원 친절과 민원처리 결과의 자세한 설명을 그 다음으로 대답했다.

목민심서에서는 청렴한 자가 은혜스런 마음이 적으면 남들이 병으로 생각하고 책임은 자신이 무겁게 지고 남들에게는 가볍게 해야 된다고 일러주고 있다.

자신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우다 아무렇게나 버린 담배꽁초를 줍는 어떤 아저씨의 마음이 혹시나 그런 것은 아닌지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도 청렴함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의 많은 이웃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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