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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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08.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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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어느 지인의 충고에 깨닫는 바가 크다. 사람을 짧은 시간 겪어보고 신뢰하지 말라고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겐 장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감동하는 나를 보고 순진하다고 한다. 지인의 충고에도 소용이 없는가.

나는 남의 어려움을 보면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또한, 나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들에겐 무엇으로든 그 고마움을 갚으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걸핏하면 남의 일에 소매를 걷기 예사다. 나의 이런 면이 세상사의 중심으로 볼 땐 어수룩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자기만을 아는 이기적 세상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보이리라.

아마도 나의 이런 자세는 가정교육이 만들어 준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독 인정이 많은 나의 모친은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이웃에 반신불수인 남편과 만삭의 몸으로 노점상을 하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칼바람이 살을 에는 어느 겨울 밤, 그 여인 집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잠을 깬 어머닌 허겁지겁 그 여인 집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여인은 산기(産氣)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기가 거꾸로 나오는 난산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어머닌 여인을 도와 아기를 무사히 분만하게 하였다. 그리곤 산바라지까지 해주었다. 여기에 비상금을 털어 아기 옷과 기저귀까지 마련해주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여인이 집을 찾아와 한 달만 묵게 해달라는 간청에 어머닌 선뜻 그 여인을 집안에 머물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의 구타에 못 견디어 가출한 여인이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인정 베풀기 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의(義)와 정(情)의 중함을 그때 몸소 익힌듯하다.

요즘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마음이 타들어간단다. 가혹 행위에 어려움을 당하는 병사가 하나 둘이 아닌가 보다. 현직 고위 공직자의 아들도 구타군인 무리에 끼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머니를 보면 그 딸을 안다고 했다. 그 아들을 보면 그 아버지가 보인다는 말과 같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 의미다. 내가 나를 사랑 하듯이, 남을 내가 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랑은 받은 사람이 남을 사랑할 줄 안다고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라는가.

4박 5일의 일정을 마치고, 교황께서 떠났다. 체류기간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사랑’이다. 77번이라도 용서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랑하라!’고 했다. 한국 천주교의 상징인 김수환 추기경도 ‘사랑’ 실천을 주문하고 갔다.

세상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장(場)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힘은 법이 아니라 사랑이다. 그래서‘사랑’ 노래는 수없이 합창해도 좋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보고 또 보고 또 쳐다봐도/싫지 않는 내 사랑아/비내리는 여름날에/내 가슴은 우산이 되고/눈내리는 겨울날엔 /내가슴은 불이 되리라./온 세상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는 내 여인아 /잠시라도 떨어져서는 못 살것 같은 내 사랑아/행여 당신 외로울 때 내가 당신 친구가 되고 /행여 당신 우울할 때 내가 당신 웃음 주리라.’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하듯 이 세상 어디엔가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 곁을 찾아 우산이 되어 주자. 성공한 인생이란 이걸 두고 하는 말이다. 약자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인간이 실로 큰 인간이다. 사랑은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 모두 사랑을 품고 살자. 그리고 큰 우산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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