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51>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5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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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이

글·사진 김 운 기 <편집위원>

세월의 무게 이고 동동 거리며 집으로…

   
▲ 옛여인들이 물동이로 물을 퍼 날랐던 모습을 재연한 민속놀이 물동이 행렬

지금처럼 집집마다 수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1970년대 이전 옛날에는 도시나 농촌 할것 없이 '먹을 물'을 확보하는 것이 여인네들의 가장 큰 일이었다.

관정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샘을 파려면 사람이 곡괭이 등으로 땅속을 수직으로 파내려가 쓸만큼 물이 나올때까지 깊게 구덩이를 팠다. 지하에서 물이 나오면 구덩이 주위를 돌로 쌓거나 콘크리트 흄관을 내리 묻어 흙이 흘러내리지 못하게 하거나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했다. 얕은 샘은 바가지로 물을 뜨기도 하고 깊은 샘은 두레박을 만들어 끈을 달아 길어 올렸다.

이때 샘(우물)에서 집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집안에 큰 물독을 부엌 바닥에 묻어놓고 물동이로 물을 담아 머리에 이고 물독을 채워 식수며 밥짓는 물이나 세수물 등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그당시 여자들은 물독에 물을 채워 넣기 위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샘가로 가는일이 하루 일과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물 담는 흙으로 구운 옹기 그릇

'물동이'는 샘터에서 먹는 물을 담아 집으로 가져오는 흙으로 구운 옹기 그릇이다. 세월이 흘러 양철 기술의 발달로 양철초롱으로 바뀌고, 양철초롱 2개로 어깨 양쪽에 걸머지는 물지게로 변하더니 관정기술이 발달해 집안에 관정을 파고 쇠파이프를 박아 펌핑으로 물을 끌어 올리는 물펌프가 생겨났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대량으로 물공급을 해야하므로 지금의 수도시설로 변화돼 지금은 물동이 인 여인네를 볼래야 볼수 없게 됐다.

물맛 좋기로 소문난 '내고향 샘물', 어릴때 어머님을 따라 샘터에 가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물동이에 물을 퍼담으며 주고 받던 수많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 어머님은 다른집 물동이보다 크게 보이는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똬리를 받쳐 두손으로 번쩍 들어 머리에 얹어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물이 넘쳐 얼굴을 적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국어사전에는 '샘'은 땅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자리인데 천수(泉水)로서 지방에 따라 '새암', '시암'으로 부른다고 적혀 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물동이 호미자루 나도몰라 내던지고…'하는 유행가 가사에도 나오는 물동이. 물동이는 식구 많은 맏며느리의 시집살이 한이 서린 그릇이요, 이른 새벽 남보다 먼저 물동이 이고 샘터로 나가 물을 길어다 사발에 정화수 떠 놓고 집안일 잘되게 해 달라고 빌던 어머니의 정성이 물동이로부터 시작됐다.

양지바른 산밑에 맑은 샘이 솟으면 옆자리에 집을 짓고 물맛이 좋다고 소문나면 한집 두집 동네를 이뤄 샘은 공동우물이 되고 샘터가 멀어지면 물동이나 자배기로 물을 길어다 먹어 왔다.

샘은 옹달샘으로 시작해서 작은샘, 큰샘, 거렁샘, 작두샘등 여러가지로 부른다. 거렁샘은 동네가 커지면서 여러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오염되어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는 샘이고, 작두샘은 문명이 발달하여 땅속에 쇠파이프를 묻어 펌프를 설치, 손으로 퍼올리는 기계식 샘인 것이다.

시인 조병화씨는 '빨간 태양을 가슴에 안고사나이들의 잠이 깊어진 아침에샘터로 나오는 여인네들은 젖이 불었다새파란 해협이항시 귀에 젖는데마을 여인네들은 물이 그리워이른 아침이 되면밤새 불은 유방에 빨간 태양을 안고잎새들이 목욕한물터로 나온다샘은 사랑하던 시절의 어머니의 고향일그러진 물동이 들고샘터로 나온다(생략)'고 했다.

옹달샘이 큰샘으로 변해 우물로

물동이를 가지고 나가 바가지로 퍼담던 옹달샘이 큰샘으로 변하면서 동네 사람들이 함께 먹고 가꾸던 우물이 됐다. 가끔 오염되면 수인성 질병을 발생시키기도 했지만 봄, 가을로 청년들이 동원되어 고인물을 퍼내고 깨끗이 청소, 항상 맑고 깨끗했던 고향의 샘터를 잊을 수가 없다.

물동이에 물이 출렁출렁 흘러 넘쳐 어머님 얼굴을 적시던 모습도 고향샘의 추억이다. 지금은 수돗물 공급으로 없어진 물동이, 어머님의 정겨웠던 추억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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