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이 경쟁력이다
기초과학이 경쟁력이다
  • 신동학 <충칼럼니스트>
  • 승인 2014.08.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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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신동학 <충칼럼니스트>

최근 삼성전자가 몇 년간 지속되어 온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상호 철회하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와는 특허료 분쟁이 한창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비롯해 반도체와 가전제품 등 여러 분야의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고무적인 일만은 아니다. 휴대전화기를 많이 파는 만큼 원천기술이나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원천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기초과학이다. 기초과학의 기반이 없이는 원천기술의 개발은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투자가 인색한 형편이다. IMF 당시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이 연구인력 분야였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의 개발에 대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을 사오거나 부품을 수입해 조립해 내다파는 등 손쉬운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방법이 기업의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 부품과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이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다루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공계 기피현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초과학 기피현상이다. 이공대학에 진학했던 과학영재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의대나 법대 등 소위 잘 나간다는 학과로 다시 입학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며 이공대 진학자들도 기초과학보다 취업에 유리한 응용과학을 선호한다. 거기다 연구비는 쥐꼬리라는 수식이 항상 따라다닌다. 이런 형편에서 기초과학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얼마 전 발표된 내년도 국가 R&D 예산의 증가폭이 역대 최저치라며 과학계가 우려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미뤄서는 안 된다. 기초과학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 기초과학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 수년 내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더 투입하겠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기초과학이나 원천기반 기술은 그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많은 초기 투자가 필요함에도 시장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초기 시장을 보장하고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한 시장논리나 당장의 산업화 논리보다는 먼 미래를 바라보고 혁신적인 기초과학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시급한 것이다. 또 과학자가 우대받고 우수 과학 인력의 장래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만일 석유나 식량, 자원의 무기화와 같이 기술의 무기화시대가 온다면 기초과학이나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훨씬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마침 얼마 전 기초과학 분야의 최대 국제학술대회로 ‘수학계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시상을 비롯해 세계적 수학 석학들의 강연과 젊은 수학자들의 학술발표·토론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이 대회를 계기로 수학, 나아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국가와 국민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기초과학 강국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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