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살아라
후회 없이 살아라
  • 전영순 <문학평론가·수필가>
  • 승인 2014.08.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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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스크래치
전영순 <문학평론가·수필가>

로알 아문센의 말이 스쳐 간다. 승리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행운이라 부른다. 행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냥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늘 딸과 통화하면서 눈물이란 참 값진 보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맑은 액체 속에 담긴 의미는 자못 크다. 울컥하고 밀어 올리는 딸의 눈물이 그렇다.

지금 쏟아내는 눈물이 이십여 년 간 짓누르고 있던 짐을 벗어 던진 기분일 게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아직도 홍수 같은 눈물을 몇 번 더 흘려야 인생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될 거다. 지금부터 네 눈물은 너 스스로 닦아가며 살아야 한다. 그래 수고했다.

칭찬에 인색한 어미가 오늘만큼은 딸에게 수고했다고, 우리 딸 최고라고 등이라도 다독거려 주고 싶다. 열정적인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쏟는 교육이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나로서는 오늘 내 딸이 자랑스럽다. 아니 본인이 자청해서 한 일이라 몇 백배 더 값진 일일지도 모른다. 지켜보던 어미로서 그저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고 싶다.

오늘은 딸이 취직했다고 자랑 좀 해야겠다. 계집자랑, 자식 자랑하는 사내를 팔불출이라고 하면 자식을 자랑하는 어미는 애교로 봐주면 안 될까? 우리 부부는 아이 성격상 공부를 계속하기 원했다.

아이는 부모에게 반항이라도 하듯 공부는 이제 지쳐 그만하고 싶다고 단언하고 취업 준비했다. 아빠는 어떻게라도 설득해서 아이를 공부시켜야 한다는 주의였고, 엄마는 나중의 원망 듣는 것이 싫고, 얼마 못 가서 자기의 뜻을 포기하고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다. 이참에 그래 너 쓴맛 제대로 보라는 신호였다.

남편만 바라보고 아이 셋을 가진 우리 가정으로서는 경제를 따진다면 도대체 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런 가정에 자식이 취직한다고 하면 반색할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부모인지라 공부 좀 하는 자식에게는 무리해서라도 시키고 싶었다. 올봄에 졸업을 한 아이는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바빴다.

아이는 그런대로 괜찮은 대학의 학과를 나왔고 성적도 좋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군데 원서를 냈지만, 서류 전형에서도 통과 못 한 곳이 있었으니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러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자위했지만,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게다.

아이가 지원한 대기업들의 면접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바가 크다. 지원자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일이겠지만, 기업의 특성상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모 대기업의 면접이 참 독특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서류전형으로 기업에서 선정한 책 한 권을 읽고 지원자의 생각을 적은 글과 이력서를 제출했다. 여기에서 통과한 사람들은 정장하고 각자 써낸 글에 대한 토론과 질의응답을 한다. 다음으로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면접을 한다. 통과한 사람들은 외국어와 한자시험을 본다. 다음은 등산을 하고 사우나를 한다. 최종적으로 캐주얼 차림으로 임원 면접을 본다.

지원 서류와 복장, 면접스타일이 이색적이었다. 서류와 면접은 아이의 일이지만 의상은 엄마와 함께 다니며 선택했다. 입던 옷 중 아무거나 골라 입고 가라고 했더니 엄마더러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한 소리 들었다. 요즘은 신입사원 면접을 위한 옷을 파는 가게가 따로 있다. 세상 추세가 이러니 돈이 들더라도 무조건 합격하고 볼 일이란다. 처음 면접 볼 때 멋모르고 남의 말만 듣고 청담동에서 비싼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하고 갔으나 1차에서 떨어졌다. 아무튼, 최선을 다하는 신세대의 바람이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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