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들에게 내민 '따뜻한 손'
고통받는 이들에게 내민 '따뜻한 손'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08.1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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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세월호 리본… 카페레이드 멈추고 유족 손 잡아
오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쌍용 해고노동자 등 위로

프란치스코(78)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족 앞에 멈춰 선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유가족 앞에 멈춰 선 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며 손을 내저었다.

롬바르디 신부는 “통상적으로 그런 만남은 사전에 준비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 위로를 해주고 싶어한다. 굉장히 즉흥적인 분이다. 카퍼레이드 도중 교황 옆에 있는 신부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라고 하자 차를 세우고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행동은 세월호 참사에 자신도 공감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카퍼레이드 도중 이순신 장군상 앞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단원고생인 고 김유민의 아버지 김영오(47)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신이 담긴 노란 쪽지를 전달하고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받은 쪽지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그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전광판으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롬바르디 신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김영오씨가 전달한 편지는 빡빡한 일정으로 읽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어떤 고통받는 분이 전달한 편지는 꼭 읽는다. 그리고 그분을 위해 기도를 해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유족에게서 받은 세월호 리본을 오늘도 가슴에 달고 나왔다.

이와 관련, 롬바르디 신부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답을 주지는 않는다. 영적으로 관심을 두고 정신적으로 위로해줄 뿐”이라며 “노란색 리본은 교황이 그들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오전 7시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족에게 세례를 한다. 대상자는 희생자인 단원고 이승현(17)의 아버지 이호진(56)씨다.

16일 시복식 전에 하기로 했으나 하루가 미뤄졌다. 롬바르디 신부는 “일요일 일정이 빡빡하지 않아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어 미룬 것”이라고 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명동성당 미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명을 만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지만,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롯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 해고 노동자 등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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