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님! 교황 선물은 옹기가 맞습니다
안희정 지사님! 교황 선물은 옹기가 맞습니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8.05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타임즈 시사펀치

오는 15, 17일 충남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충남도가 ‘철화분청사기 어문병’을 선물하기로 한 것과 관련 충청타임즈가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를 감안해 분청사기보다는 ‘옹기’로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각계의 반응이 컸다.

충남도는 조선 전기에 공주 일원의 계룡산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이뤘던 철화분청 중 ‘궐어’라고 불리는 쏘가리가 그려진 어문병(魚紋甁)을 선물키로 하고 현재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분청사기가 충남의 문화재를 대표하는데다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이른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종교적 기적을 상징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를 고려한다면 교황 선물로는 화려한 분청사기보다는 차라리 투박한 옹기가 그 상징성에서 백번 옳다. 지금껏 알려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미지는 물론 이번 한국 방문의 의미를 생각해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날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당진 솔뫼성지와 우리나라 대표적인 천주교 순교지 서산 해미읍성을 방문한다. 당연히 국내 천주교 전파 과정에서의 처절한 역사가 이번 충남 방문의 가장 큰 의제가 될 것이다.

알려진대로 우리나라 천주교는 옹기와 운명을 같이 했다. 조선 후기 4대 박해로 대표되는 천주교에 대한 억압과 핍박을 피해 교인들이 숨어든 곳은 세상과 거의 단절된 심심산천 오지였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교인들이 생계를 위해 한 일이란 널려있는 흙으로 옹기를 빚어 몰래 행상을 하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교우촌을 만들어 신앙생활을 공유했다.

천주교 성지인 진천 배티와 제천의 배론도 마찬가지다. 각각 신해박해(1791년)와 신유박해(1801년)를 피해 이곳에 숨어 든 교인들이 옹기를 만들어 신앙을 전파하면서 오늘의 최고 성지가 됐다.

현재 충남무형문화재로 활동하고 있는 방춘웅씨(73·홍성군 갈산면)와 이지수씨(74·아산시 도고면)도 그 뿌리는 천주교 박해를 벗어나기 위해 이곳으로 피신한 조상들이다.

충북의 전통옹기를 대표하는 박재환옹(83·충북도무형문화재 제12호·옛 청원군 강외면 봉산리 점촌) 역시 6대조 할아버지가 200여년전 천주교 박해로 인해 문중에서조차 퇴출당하자 이 마을로 도망와 옹기를 빚은 것에 본인 가계의 시발점을 두고 있다. 이곳 봉산리 교우촌은 1890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50여평의 공소(公所)를 짓고 장기간 선교활동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 반열에 오른 김수환 추기경은 아예 아호를 ‘옹기’라고 할 정도로 한국적 ‘옹기 천주교역사’를 대표했다. 조부 김보현이 병인박해(1866년)로 순교하자 유복자로 태어난 아버지 김영석이 옹기장수로 전국을 떠돌다가 경북 칠곡의 옹기촌에 정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옹기는 음식물 뿐만 아니라 온갖 잡동사니를 다 쓸어 담는다. 심지어 가장 더러운 인분을 담는 똥장군도 옹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낮은 데로만 임하며 줄곧 소외된 자들의 손을 잡아 주고 온갖 더러움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교황에게 옹기를 선물한다면 아마도 충남과 안희정 지사는 두고 두고 얘기가 될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늦어 선물을 바꿀 수 없다면 분청사기의 부속품으로라도 전달했으면 한다. 요즘에는 아담한 장식용 옹기도 많이 개발돼 있다. 선물은 받는 이의 마음을 울릴 때 가장 값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