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기다리며…
충북의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기다리며…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7.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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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독서광 빌 게이츠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60년대에 나온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을 자신의 최고 경영서적으로 꼽아 근자에 화제가 됐다. 이미 국내에도 보도된 대로 이 책은 1969년, 당시 주간지 ‘뉴요커’의 경제전문 기자로 활약하던 존 브룩스(1993년 사망)가 자신이 썼던 각종 경영사례 가운데 12개를 묶어 출판한 이후 2년이 지난 1971년 절판된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 갑부의 쌍벽을 이루는 워런 버핏이 1991년 이 책을 처음 만난 빌 게이츠에게 추천했고, 게이츠는 지금까지도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틈만 나면 들춰보는 등 자신의 최고 경영서적이라고 소개해 화제가 됐다. 얘기의 당사자들이 워낙 거물인지라 전 세계 언론이 호들갑을 떨면서 급거 사이버 상으로 퍼져나가던 이 책의 내용은 결국 오는 9월쯤 종이로써도 재판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경영의 기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기 때문에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소개한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뉴스의 성격이 아닌 기업에 대한 사례별 시나리오형 가깝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큰 틀로 말한다면 기업이라는 조직에서의 리더십과 이와 함께하는 구성원 즉 사람들에 관해 일종의 정신분석학적인 시각을 가미해 해당 기업들의 부침을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사실에 대한 현장의 기록이라고 해야 옳다.

저자 브룩스는 우선 두가지를 화두로 던진다. 첫째는 경영자에게는 무슨 생산이나 마케팅보다는 과연 그가 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게 더 중요하고, 둘째로 기업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영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적합한 ‘사람들’을 갖췄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이 책은 경영의 비법이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고 그러기에 무려 40여년의 시간을 초월해서 감흥을 안긴다는 게 빌 게이츠의 변(辯)이다.

결국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기업경영에 있어 어떤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와 그들의 능력이 과연 그들의 역할을 뒷받침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성공에 필요한 머리와 가슴을 가졌는가를 묻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人間)과 인본(人本)의 경영기법, 즉 기업의 사회적 기부와 배려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빌 게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고 워런 버핏은 지금도 한끼에 22억원을 줘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투자의 귀재이자 역시 세계적 거부이다. 그런데 이 둘은 오래전부터 기부서약(The giving pledge)이라는 기부운동을 함께 하며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실천한 기부금만도 이미 상상을 초월하지만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그들의 기부 약속을 보면 왜 이들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에 매달리고 또한 ‘경영의 모험’이라는 책을 그토록 오래도록 소중히 하는 지를 알고도 남는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벌어들인 재산의 95%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워런 버핏은 아예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둘은 비록 이윤추구를 근본으로 하지만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과 기업가는 영원히 생존하며 존경받을 수 있음을 실증적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한데 아주 생뚱맞게도 요 며칠 사이 여러 언론을 통해 이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 지역사회를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결론은, 이들과는 너무다 큰 괴리감만이 엄습한다는 것이다.

부정을 저지르다가 사법의 칼날이 조여오자 마지못해 장학회나 복지재단을 급조해 면피하고서도 무슨 대단한 자선가인냥 행세를 하고, 아예 지역에서 돈만 벌었지 기부엔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는 기업가가 어른으로 대접받는가 하면, 정작 본인은 쌈지돈도 안 내놓으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봉사단체 책임자를 맡아 사람들한테 “기부하시오!”를 외치고 있지 않은가. 주변, 심지어 친구나 동창사이에서조차 인간말종으로 취급당하는 인사가 지방의회에 진출해 마치 성전(聖戰)의 투사인냥 큰 소리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언론이 이러한 비정상의 횡행을 막아야 할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면 충청타임즈도 그 역할을 피하지 않겠다. 충북의 진정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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