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나쁘면 공부해도 소용없다(?)
머리 나쁘면 공부해도 소용없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4.07.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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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2006년 여름 독일월드컵으로 세상이 뜨거웠을 그 때, 우리나라에서는 한 괴물이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며 역투 중이었다. 그는 얼마 전 메이저리그에서 11승을 달성한 투수 류현진. 프로야구 데뷔 첫해인 2006년 최다승리, 최다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로 투수 3관왕에 오르면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하며‘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른손잡이인 그는 타석 오른쪽에서 친다.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투수이고, 내셔널리그에서 팀 동료인 커쇼와 함께 다승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다. 오른손잡이인 그가 왼손으로 세계 최고가 된 것. 어떤 이는 어릴 적 류현진의 아버지가 사준 글러브가 왼손잡이용 글러브라 왼손 투수가 됐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 온다’는 좌완의 희소성 때문에 일부러 왼손 투수로 바꿨다고 이야기한다. 어찌됐건 그는 왼손의 도전으로 세계적인 투수가 됐다.

지난 주 연습이냐, 재능이냐로 지면이 뜨거웠다.‘노력하면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든가 머리 나쁘면 공부해도 소용없다든가 등등 신문과 TV는 미시간주립대 잭 햄브릭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잭 햄브릭 교수 연구팀은 노력과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88개의 논문을 조사한 것으로 이 분야 논문 중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진 연구라고 인터넷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하며 96%는 노력과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음악, 스포츠, 체스 등의 분야에서는 노력한 시간의 비중은 20~25%였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는 또한 선천적 재능과 함께 나이도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거나 익힌 것이 성취에 더 큰 영향력을 제공하며 일의 성과를 꾸준히 확인할 수 있는 환경도 뛰어난 실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습 시간에 따라 일급 연주자가 될지, 아마추어 연주자가 될지 결정된다면서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앤더스 에릭슨 교수는 미시간주립대 연구는 ‘노력’에 대한 범주화가 ‘놀이’까지를 포함한 것으로 크게 확대돼 있다는 오류를 지적하면서 반박했다. 그럼에도 햄브릭 교수는 결과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정말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린 것일까?

우리는 여러 연구들이 모두 ‘아웃라이어(outlier)’에 초점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사람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연습한다. 연습은 상수에 가까우며 연습의 차이가 크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상할 만하다. 그러니 아웃라이어들에게는 연습이라는 상수보다는 타고난 능력이 더 큰 지시자가 된다. 또한 연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공부한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의 질이다. 흥미, 집중, 몰입으로 얻는 노력의 질은 단 30분이지만 3시간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잭 햄브릭 교수팀의 연구나 앤더스 에릭슨 교수의 연구 역시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1인자가 아닌 2인자, 3인자, 100인자, 1만인자 등 다수의 대중 속에서 각자의 삶의 목표를 행해 나아가는 것이다. 삶의 목표는 시간상 우리에게 예정되어 있는 죽음이라 보기는 어렵다. 결국 삶의 목표는 결과인 죽음이 아닌 삶속에서 얻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 과정이라면 두 연구팀의 견해는 절충의 여지를 갖는다.

결국 즐겁게 자신의 재능대로 나아간 사람들은 1만 시간을 버틸 힘과 배짱을 얻게 되고 그것을 밀고 나가 결국 아웃라이어가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재능만 믿어라가 아니라, 재능이 이끄는 방향으로 재능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 바로 이것이다. 아웃라이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선천적 재능을 뛰어넘는 것은 우리의 연습과 경험 삶, 그리고 그 환경 속에서 주어지는 기회이고, 그 기회를 잡는 우리의 힘에 달린 것이다.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기회가 늘 우리 자신에게나 부모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로부터 온다. 역사가 우리에게 보이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의 특별한 기회에서 오는 것이다’.(아웃라이어 166쪽/말콤 글래드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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