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6.10.04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름달에 빌어 보련다
우리 겨레의 명절 중에서 '한가위'는 가장 큰 명절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두가 추석날 만큼만 풍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더 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의 표현이다.

재래시장과 대형할인점, 백화점 등은 추석 명절 선물을 준비하고 차례상 준비를 위한 발길로 연일 붐빈다. 고속도로는 고향으로 달려가는 온 겨례의 이동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겨레의 대열에 서지 못하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머금으며, 다음 명절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차라리 추석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고향에 있는 부모님 선물과 용돈은 고사하고 차비 마련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가위가 행복할리가 없다.

한 달 후면 정리해고 700일이 되는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이번 추석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몇번의 명절을 고향집이 아닌 차디찬 농성장에서 보냈다. 사무실을 폐쇄해 천막 농성에 들어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도 그렇다. 이들도 천막에서 추석을 보낼것 같다.

이들이 이번 추석을 끝으로 앞으로의 명절은 온 겨레와 함께 고향에서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한다.

오늘의 서글픔을 추억으로 돌리고 벅찬 감동의 현실을 맞기를 보름달에 빌어 보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