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잘못했다
어른들이 잘못했다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05.0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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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어른’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으로 일컬어진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졌다. 온 국민이 실종된 사람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빌었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 특히 여객선침몰 후 승객들의 안전과 생명을 나 몰라라 하고 그들만의 탈출을 자행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잘못이 크다. 다 자란 어른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하지 못했고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다. 그들의 죄(罪)가 무겁다.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잘해라”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른을 향해 “너나 잘해”라는 말이 막말이 아님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 얼굴을 쳐다볼 수도, 나설 수도 없게 되었다. 어른들이 죄인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태수습을 해야 할 정부 당국자의 우왕좌왕, 오락 가락으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에 닿았다. 참사가 빚어진 후 이 나라에서 제대로 일할 사람이나 제대로 된 곳이 전무(全無)하다는 현실이 놀랍고 두렵다. 설상가상 일부 정치인, 관료 그리고 사회지도층이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한 근거 없는 해괴한 언행을 함으로써 슬픔에 빠진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국민의 공분(公憤)을 자아냈다. 조사과정에서도 참사의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의 뻔뻔한 거짓진술과 남의 탓으로 둘러대는 비굴한 행태가 드러나는 추악한 면면은 어지간한 인내가 없으면 볼 수가 없다.

‘두 번 다시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지마라’

‘잘 가거라. 형이 끝까지 싸워 다시는 슬픈 일이 없도록 할게’

‘우리는 반드시 기억할 거야. 너희들의 비극과 너희들을 그렇게 죽게 한 그들을’

‘세월호’ 침몰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을 향하여 결연한 의지를 다짐하며 동료 급우들이 합동분향소에서 전하는 추모의 말이다.

‘살아남은 저희들이 죄인입니다’ 라고 토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을 놔두고 살아나왔어도 괴로워서 그 아인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아들 ‘윤철’인 그런 아이였어요.’ ‘세월호’ 침몰시 동료 급우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막상 자신은 살아나오지 못한 안산 단원고 학생 아버지의 말이다.

‘내 아들 의(義)롭게 갔으니까 그걸로 됐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내놓은 ‘남윤철’군 어머니의 단호하고 비장(悲壯)한 말이다.

조속히 사태수습을 끝내고 난 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노출된 부정, 비리, 편법, 결탁, 유착,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弊端)을 도려내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일상화가 관행처럼 돼오던 비정상의 정상화 병폐(病弊)를 척결해야 된다.

머지않아 모든 아픔이 치유되고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법과 질서를 지키고 기본에 충실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의식혁명을 시작했으면 한다.

시인 T. S 엘리엇(Thomas Steams Eliot, 1888-1965)은 종착점은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작(始作)의 본질을 찾기 위해 생활 안에 아무렇게나 담겨진 의식을 버리고 우리 모두가 붓과 물감을 가지고 하얀 사회 공간(空間)에 우리들의 것들을 멋있고 신나게 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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