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문화재단엔 ‘허수아비 꼴’
천안시의회, 문화재단엔 ‘허수아비 꼴’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3.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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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장 신설·잉여금 사용 계획 등 모두 '캄캄'
공모직에 퇴직 공무원 내정사실 알고도 무신경

당연직 시의원, 이사회 참석안해 재단 전횡 방조

천안시의회가 제멋대로 조직을 개편한 천안문화재단에 속수무책이다. 재단은 지난해 10월 공모로 뽑힌 본부장(원래 사무국장)의 직급을 올리고 없앴던 사무국장을 다시 신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조직 개편안은 이사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이날 이사회 회의에 당연직 이사(총무복지위원장)인 시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단의 밀실 조직 개편은 시의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시의원은 “재단 이사장인 천안시장 측근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참석해 사사건건 반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시의원 이사는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털어났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재단 창립 이사회(2012년 1월) 이후 지금껏 다섯 차례 열린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 “재단 측 전횡을 방조했다”는 지역문화계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지난해 말 재단 예산심의에 참여한 조강석 의원은 “당시 재단 직원에게 조직 변화 여부를 물었는데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재단이 사무국장 신설 계획을 시의회에 숨긴 것이었다. 시의원이 조직 개편이 안건이었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가능했다. 또 사무국장을 뽑기로 했지만 새해 예산에 사무국장 인건비를 포함시키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안예술의전당 직원 모집 때 당초 계획했던 무대기술팀(3명)을 뽑지 않아 인건비 예산이 1억원 이상이 남아 있었다. 이 잉여금을 회계연도 폐쇄 후, 이사회 승인을 받아 사무국장 인건비로 사용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의원들에게 조직 개편 사실을 알려 괜한 잡음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조 의원은 “시의회의 재단 예산(시 출연금) 결산 심의는 4월에나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사무국장을 뽑으면 손 쓸 방법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번번이 천안시의회를 허수아비로 만든 문화재단이 3일부터 열리는 임시회 기간 의원들 설득에 나섰다. 시의원들이 본부장 직급을 높이고 새로 사무국장을 뽑겠다는 재단의 조직개편을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의회에도 시와 재단이 공모직 사무국장에 명예퇴직한 K과장을 내정한 사실이 알려진 상태다.

한 지역문화계 인사는 “재단이 이같이 시의회를 우롱해도 시의원들은 지방선거 준비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면서 “지역 문화 전문성을 꾀하려 설립한 재단이 스스로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사태를 시의원들이 방치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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