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형마트과 SSM의 현지법인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형마트과 SSM의 현지법인화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4.02.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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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대형마트·SSM(Super Super Market, 기업형 슈퍼마켓)과 지역 중소상인들의 갈등은 전국적으로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내용에 따라 청주시 대규모 점포 관련조례도 지역 중소상인들의 입장에서 개정되어 청주시가 2013년 상반기부터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 규제했다. 이에 대형마트·SSM 업체들이 집단적으로 청주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부당하다는 법적 제소를 하였고 현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전국적으로 2007년 358개에서 2011년 457개로 늘었고 SSM은 전국적으로 2007년 354개에서 2012년 1,013개로 6년 간 286%가 증가하였다. 청주지역에서도 SSM은 2007년 7개에서 2013년 24개로 늘어났다.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못 살겠다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형마트·SSM의 증가가 과연 지역의 중소상인들에게만 문제가 되고 지역경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가? 최근에 조사된 청주시 소재 대형마트 및 SSM의 지역경제 기여도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기여도는 약 15% 내외(대형마트 16%, SSM 11%)로 분석되었다. 지역소득 창출 기여측면에서 이들은 100원을 벌어서 약 15원 정도만을 지역경제에 투입하고 85원을 외부로 가져가는 것이다.  

또한 이들 청주시 소재 대형마트 9곳과 SSM 24곳의 연간 매출액(2012년 기준) 합계액은 9,414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매출실적은 청주시 소재 전통시장 13곳의 연간 매출액(2012년 기준)의 추정 합계액 1,954억 원에 비해 약 5배 정도가 되는 것으로 심각한 지역상권의 침탈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이 같은 격차는 심해져 지역의 상권은 결국 외부의 대자본 내지 대기업군에 속한 대형유통업체의 예속물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로 지역은 속빈 강정이 되어 파산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지자체의 파산 얘기가 나오고 있고 지역의 알짜배기 부동산 주인이 이미 외부지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에 있는 대형유통점포들의 ‘현지법인화’를 추진토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상품의 구입권한과 지역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인사권, 지역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은행 지정권 등을 현지법인으로 위양하도록 하고 농산물 같은 지역상품의 구입을 적어도 50% 이상 현지에서 하도록 하여 지역경제에의 실질적 참여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예가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1995년 4월 (주)광주신세계 현지법인을 설립하였고, 대구시는 2012년 5월 (주)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현지법인 설립을 발표하여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현지법인화 설립 촉구운동으로 진주시는 ‘대형마트 현지법인화 추진을 위한 진주시민운동본부’를 결성, 진주YMCA 등 11개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설득 중이다.  

지역상인들과의 상생방안을 찾는 것도 좋은 방도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들이 지역으로 오지 않고 대리점 형태로 운영케 허용하는 것은 고용측면이든 지역소득 창출 측면이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그들에게도 해가 되는 방식임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지역순환경제 동력을 위해 대형유통점포의 현지법인화 노력의 진정성이 있어도 지역인들의 협력과 단결이 없으면 어렵다는 점이다. 그들의 이익추구 기본성향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대자본의 힘은 다윗의 협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작년에 전통시장과 수퍼마켓 등 도내 26개 중소상공인단체가 참여하여 '충북지역경제살리기네트워크'를 결성했으니 협력과 단결을 기대해 볼까 한다.  

더불어 이 같은 지역 중소상인들의 협력단체가 대항적 모임에서 끝나지 말고 지역업체의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공동구매, 공동물류, 공동마케팅의 협력 통로로도 활용되고 지속적인 혁신 강구와 실행의 모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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