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대신해 주는 효(孝)가 정말 좋을까
나라가 대신해 주는 효(孝)가 정말 좋을까
  • 박상옥 <시인>
  • 승인 2014.02.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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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시인>

법무부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먼저 떼 주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려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효심(孝心)의 약화가 아닐까 한다.

고생한 부모가 열심히 번 돈을 자녀에게 상속해 봤자 자식은 혼자 남은 부(夫)나 모(母)를 부양하지 않아서다. 자식들이 워낙 바쁘고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는 부모세대도 그저 함께 살길 스스로 포기해서다.

더군다나 자식이 하는 부모부양이 줄어들면 국가차원의 공적부양이 늘어야 하는데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소외되어 온 복지제도는 부모부양을 전제로 설계되어 왔으니 말이다.  

법무부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먼저 떼 주기로 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가정엔 부모자식간의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겠다.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한한 상속일지라도, 재산형성의 기여도와 사망자의 유언일지라도, 이혼과 재혼이 빈번한 현 세태에서 피차간 얼마만큼의 공정하고 만족한 상속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직 법안처리의 격론이 남아 있지만 이 모든 문제의 근본은 사라져가는 경로사상과 잃어버린 효의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된 것임을 부인하긴 어려우니 돌아보는 것이다.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가지는 당연한 효심을 유발하는 환경조성은 정말 안되는 것일까. 적게 벌면 적게 먹고 많이 벌면 많은대로 먹고 쓰고 무엇보다 가족으로서 인연이나 유대를 귀히 여기며 감사한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은 정말 안되는 것일까.

앞으로 법이 무서워 의무 때문에 부모를 부양한다면 또 부모부양하기 싫어서 돈을 포기하는 시대라면 그것이 바로 가족애나 인간성 상실의 시대가 아닐까. 그래도 부모부양이 의무가 되는 시대가 되어 그렇게 지속하다보면 효(孝)도 익숙해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희망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는지…. 나도 어느새 중년을 넘어 장년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인의 효심이 약화되고 사회보장장치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노인들이 배를 곯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요지의 글을 실었단다.

정부가 반응하길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기사는 우리사회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부모의 인생과 자식의 인생’구분이 분명한 서양인의 눈에 한국의 효(孝) 문화는 매우 독특하게 비쳐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도 토인비(1889~1975)는 ‘한국문화에서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孝)일 것’이라고 평가(1973)하지 않았던가.

효는 인륜의 근본.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문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는 것이라면 삶의 큰 덕목으로 효(孝)를 꼽던 우리가 어쩌다 법무부가 노후의 밥숟가락을 책임지는 뒤숭�!構� 씁쓸한 시대를 살게 되는지. 아무려나 끝까지 부부해로(夫婦偕老) 해야지. 이젠 자식들중 누구도 부모의 황혼 재혼을 쉽게 허락하진 않으리니 심리적 고려장도 염두에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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