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자초하는 일본
고립 자초하는 일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4.02.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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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국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시대착오적 망상에 빠진 지도자의 전횡이 가져온 결과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의 촌평은 적절하다. 그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자신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내부에서조차 국가보다 개인적 소신에 따라 통치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지금의 중·일 갈등이 1차대전 직전 영국·독일 관계와 유사하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기조연설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무력충돌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세계 언론은 그의 발언을 호전적이고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대답은 기꺼이 전쟁을 치를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드러냄으로써 상대국을 자극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침략전쟁으로 주변국가들에 깊은 상처를 줬던 국가의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 

일본은 2014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추방되는 굴욕도 겪었다. 일본 만화계는 한국의 위안부 만화 ‘지지않는 꽃’ 기획전에 맞서 위안부 실상을 왜곡한 작품을 전시하려다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조직위에 의해 부스가 철거됐다. 일본 측은 “편파적으로 행사를 운영한다”며 발끈하고 나섰지만 있는 사실까지 왜곡한 작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최측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 작가들이 만든 위안부 만화 20여편과 동영상은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지난 31일에는 에드 로이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참배하고 추모했다. 이 소녀상 철거를 위해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온 일본 정부는 코가 납작해졌다. 지난해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 미국 연방의 선출직 공직자가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글렌데일 소녀상은 인권과 인간 존엄성의 상징이고, 위안부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또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의 ‘동해 병기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대형 로펌과 거액의 계약을 맺고 광범위한 조직적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확인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버지니아주 하원 소위는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는 법안을 표결끝에 통과시켰다. 상임위와 본회의 심의, 주지사 서명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이미 주미 일본 대사를 통해 지난해말 당선인 신분의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에게 “동해병기 법안에 서명하면 경제협력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협박성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에는 대사가 직접 주지사를 만나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주지사를 상대로 적극 로비에 나서는 것은 버지니아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한국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버지니아 제2의 투자국인데 비해 한국은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로비업체를 동원하고 경제적 우위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내부 입법에 개입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대국의 체모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고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일로를 달리는 한·일관계이다. 일 정부는 그제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명기하는 지침을 확정했다. 이달에는 시마네현에서 총리가 참석하는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도 열 예정이다. 단호하면서도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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