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짐승만도 못한...'
'아! 짐승만도 못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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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김남균 칼럼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청주공단내 조그만 공장의 아주머니들이 끓여온 국밥을 도청 서문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고 있는데, 하이닉스하청조합원들이 걸어논 현수막이 너무나 눈에 걸린다. ‘정규직은 가족이고, 비정규직은 가축입니까!’

지난달에 내 손에 들어온 조그만 시집 한 귀퉁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나는 껌을 씹지 않는다. 컵라면도 통조림도 먹지 않는다. 봉지 커피도 티백 보리차도 드링크도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물티슈도 내프킨도 종이컵도 나무젓가락도 볼펜도 쓰지 않는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아스테이지에 돌돌 말려 빨간 리본을 단 장미 한송이 받아들고 나는 울었다. 내가 불쌍해서...“

   
▲ 하이닉스 조합원을 전경들이 도청 서문 앞 농성장에서 해산시키고 있다./전경삼기자
비정규직 신세가 너무나 서러워서, 그래서 한번쓰고 버리는 비정규직 신세가 너무나 처량해서 일회용품 조차 쓸수 없다는 곱디도 고운 그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가슴이 뭉개진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이 걸어논 현수막의 “비정규직은 가축입니까!”라는 말에 동의 할수 없다. 왜냐하면 그말이 틀렸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축보다도 못했다.”

지금, 이순간 도청 하늘에는 헬기가 뜨고 농성하는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해산이 시작됐다는 전갈이 왔다. 세상에 가축을 잡는데 헬기까지 동원하다니! 세계12위의 경제대국 규모에 맞게 헬기까지 동원하나니!

강제해산작업이 끝나면 멧돼지 습격을 예방하기 위해 고구마밭에 둘러쳐진 그물망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결을 막기위해 젊은 전투경찰들로 구성된 인산인해의 그물망이 설치되겠지! 근엄하신 표정으로 도지사님은 불법행위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힘주어 말씀하시겠지.

아! 하이닉스. 순이익이 몇 조 단위로 올라가고 노동자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표시하느라 가족까지 공장으로 불러들여 서비스하는 노사화합 기업의 표상. 무노조 삼성까지 벤치마킹하는 위대한 노사화합 기업 하이닉스.

얼렁 도청으로 가야하는데, 이글을 빨리 마무리하고 신문사로 보낸뒤에야 난 도청으로 갈수 있는데 마음은 급한데 손은 떨리고 마음은 정돈이 안되고.

에라! 모르겠다. 오늘 하루, 아니 지금 이순간 오로지 저주하는건 자본의 금빛 이윤, 자본의 금빛 성역앞에 한없이 초라해고 나약해져버린 노동자,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

찟겨진 비정규직 차별 철페 깃발위에, 나, 하이닉스 하청노동자 아니 가축보다 못한 우리들이 먹다 남긴 국밥 그릇만 나 뒹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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