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공공성과 책임
시민단체의 공공성과 책임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4.01.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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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시민단체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여론이 분분한 사안,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일 경우 중립성의 요구는 더 강하다. 개개인에 따라 정치 지향점과 지지 정당, 지지 정치인이 다르다. 그러나 시민단체라는 외피를 썼을 때는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단순한 기계론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시민단체의 모습일까? 그렇지 않다. 시민단체는 현실문제에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공공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또한 자율결사체로서 이념과 가치를 쫓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행위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단지 그것이 공공의 가치를 함의하고 있느냐가 문제다.

과거 진보정당들이 주장한 ‘반값등록금’ 문제가 나왔을 때 매몰차게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국 여당의 공약이 됐고, 실재 충북도립대가 올부터 반값등록금 시대를 맞이했다. 이처럼 현재 진보적인 이슈가 계층간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지만 역사의 큰 물줄기는 진보적 성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불거진 충북도교육청의 청명학생교육원에서 음주 사건 보도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현재 자치단체장 후보로 세간의 소문에 오르내리는 유력한 인사의 흠집 내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문제가 있고 차후 재발방지를 위해서 마땅히 지적하고 개선책을 요구해야 하는 시민단체가 그러한 세간의 눈을 의식해 책임을 방기한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충북청명학생교육원은 기숙형 Wee스쿨로 2010년 9월 전국 최초로 개원한 곳이다. 이곳은 학교 부적응 등 위기를 겪고 있는 도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3주에서 최대 1년간의 상담과 체험활동 중심의 위기치료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시설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음주행위 자체가 금지된 시설로 적발시 퇴실하게끔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충북도교육청이 ‘행복한 교육세상을 여는 충북교육 3.0 간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이곳에서 음주를 했다는 지역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각종 술과 안주가 사진까지 첨부돼 보도되었으나 충북도교육청은 ‘교육감 주재로 1시간 정도의 회의와 이후 교육연구동에서 분임토의를 했다’고 주장하며 또한 ‘음주는 만찬장에서 건배사를 할 때가 유일했다’고 한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워크숍을 위해 원생을 조기 귀가시킴으로 원생의 학습권을 침해했고, 교육원에서 근무하는 일부 직원은 밤늦도록 야식을 준비하는 등의 노동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한다. 이는 권력을 이용한 권위적인 행태로 사적 필요에 의해 직원을 강제 동원하는 충북도교육청과 교육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외도 충북도교육감이 새해 벽두에 정당행사에 참여해 정치 중립성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치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민감한 시기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격이 되었다. 과거 진보정당 소액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들에게 타 교육청에 비해 중징계를 내린 전력이 있어 더욱 이 사건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충북도교육청의 부인에도 불구, 의혹은 그대로 남아있다. 충북참여연대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목적도 있지만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기관, 그것도 교육과 관계된 사람들이 분명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더욱이 “우리는 하나다. 말 안 해도 다 안다. 끝까지 함께 한다”라는 교육감의 건배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한다”는 구호를 목청 높여 외쳤던 그들만이 아는 ‘말 안 해도 다 아는’ 그것이 무엇일까 자못 궁금하지만 그것이 교육자의 품위보다 중요하지도 않고 공공기관이 역할은 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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