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능사일까?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능사일까?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1.14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정당정치의 책임성 문제인가, 중앙정치의 정쟁도구화 문제인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것인가를 놓고 말은 많은데 국민들을 논의의 중심에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어느 자리에 가 봐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곳이 없다. 현직이 유리하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그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시라. 지방자치 부활 초기에 얼마나 황당한 사람들이 지방의원으로 진출했었는지. 결국 정당공천제가 기초단체에까지 도입되었다. 정당공천제는 다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정쟁도구화가 되는 등 많은 문제를 낳았다. 정당공천제 폐지논의는 정말 폐지해야 할 정도로 문제만 많은지, 폐단을 줄이는 보완책을 만드는 게 나은지 하는 문제로 모아져야 한다. 학계의 견해를 비교해서 살펴보자.

공천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주로 공천제도의 폐단에 모아진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정쟁도구로 전락했다. 정당공천을 둘러싸고 비리와 줄세우기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었다. 지역에 따라 지방의 집권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게 되어 견제기능이 사라졌다. 잘못된 공천에 대해 정당이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을 대체로 들고 있다.

반면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은 정당공천 폐지가 불러올 문제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공천제 폐지는 정당의 책임정치를 후퇴시킨다.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난립하고 미미한 표차로 당선되는 사례가 늘어난다. 후보의 성향과 관계없이 당선되는 순간 지역의 강한 기득권구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당정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문제점을 제시한다.

지난 대선 기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기초의회에 대한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도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미적대고 있다. 민주당은 폐지입장을 정하기는 했으나 적극적이지는 않다. 지방정치에서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존립에 상당한 위협을 받는 진보정당은 공천폐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이 공천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난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공천폐지에 동의한다. 정당공천제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지역주의와 결합해서 정당정치가 폐단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정당공천제는 분명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폐지는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위에서 든 폐지 반대 이유 말고도 중요한 문제가 또 있다. 비례대표를 통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의 현실정치 진출이 어렵게 된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토호세력의 장기집권으로 유능한 신진인사의 진출이 곤란해진다. 또한 지방정치에서 정당이 없으면 정책결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곳이 없어진다. 완전히 정당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당은 뒤에서 조종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당공천제 폐지보다는 공직선거법과 제도를 혁명적 수준에 이르도록 개선하고 실천해야 한다. 먼저 공천에서 중앙정치의 영향력을 배제하여야 한다. 합리적 상향식 공천제도를 법제화 해야 한다. 공천위원의 수, 선임방법, 합리적 운영, 민주적 의견수렴과정 등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공천배심원제나 주민공천경선제를 공정하게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에서 공정한 공천권 실행여부와 민주적 정당 운영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들어 정당을 평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차등 배분하여야 한다.

공천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공천을 사천으로 타락시킨 정당의 비민주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지역주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시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