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74>
궁보무사 <17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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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내친김이니 어서 들어가서 끝장을 보고 나오너라"
5. 가경 처녀

"아니, 왜들 그러느냐"

멀찌감치 뒤에 서서 자기 부하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사천과 내덕이 의아한 듯 소리쳐 물었다.

"여기에 웬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뭐 동굴"

사천과 내덕이 달려와 검불을 헤치고 들어가 보았다.

정말로 그들 앞에는 일곱 자 높이에 좌우 여섯 자 이상 되어 보이는 크기의 동굴 입구가 있었다. 검불더미로 교묘하게 가려진 동굴 입구는 마치 이들을 당장이라도 집어 삼키려는 커다란 괴물의 아가리 같이 보였다.

"이 동굴 안으로 도망쳐 들어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지요"

부하들이 자기 상관인 사천과 내덕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사천이 뭐라고 답을 하기도 전에 바로 옆에 있던 내덕이 재빨리 먼저 말했다.

"기왕에 내친김이니 어서 들어가서 끝장을 보고 나오너라."

내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부하 여섯 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자네 어쩌려고 그러나 그런 명령을 왜 내렸어"

사천이 몹시 당혹스런 표정으로 내덕에게 물었다.

"처녀 젖가슴을 사내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여러 번씩 주물러 댄다고 해서 무슨 큰 탈이라도 나겠는가 내 알기로는 시집 안 간 처녀의 젖가슴일지라도 될 수만 있다면 자주 주물러 주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하더만."

내덕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쯧쯧쯧. 사람이 이렇게 성급해서야 원! 방금 전에 우리 애들의 그것 못 봤나"

사천이 몹시 답답한 듯 혀를 끌끌 차대며 내덕에게 다시 물었다.

"뭐를"

"동굴로 뛰어 들어가기 전에 우리 애들의 배꼽 아래 그것이 마치 천막 기둥을 세우는 것처럼 빳빳하게 성을 내고 있지 않았나 젊은 사내놈들이 그걸 곤두세워가지고 저 어두컴컴한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갔으니 그 처녀에게 무슨 짓인들 못 저지르겠나 아이구! 이거 참 큰일 났구먼! 말짱한 처녀 하나를 완전히 통째로 뚫어놓게 생겼으니."

사천이 안절부절 못하고 두 발을 동동 굴러댔다.

"으음. 듣고 보니 그거 참 큰일이로구만. 어서 들어가서 말려야지."

내덕도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허둥지둥 사천과 함께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이때,

동굴 안에서 우당탕거리는 요란한 몸싸움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비명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동굴 밖으로 뭔가 시커먼 것이 공처럼 데구루루 굴러 나왔다.

"으응"

"아, 아니! 저, 저게 뭐야"

깜짝 놀란 사천과 내덕은 커다란 공처럼 굴러가다 돌부리에 채여 멈춰지는 그것에 시선을 맞추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온몸을 잔뜩 구부린 채 짐승 털가죽에 돌돌 말려 싸여진 부하 중 한 놈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그 부하 놈은 구부려진 몸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잠시 그대로 엎드린 채 엷은 신음만 연거푸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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