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잘 살아야 할 이유
올해를 잘 살아야 할 이유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4.01.07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성재의 세상엿보기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갑오년, 60갑자의 31번째로 청마의 해이다. 그런데 갑오년 새해를 맞는 마음이 다른 때와 크게 달랐다. 첫째는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갑오년 모월 모일에 태어났으니 60갑자로 따지면 금년이 갑오년에 맞는 진정한 나의 첫 생일이요, 60년 후에 돌아오는 갑오년은 다시 맞을 가능성은 없으니 마지막 생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갑오년하면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한 외세의 각축 속에서 힘겹게 헤쳐 나왔던 우리의 아픈 역사가 먼저 떠오르는데 오늘 우리의 상황이 역사 속의 갑오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120년 전인 1894년 갑오년은 우리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해이다. 우리 땅에서 아시아의 패권을 다투던 일본과 청나라가 맞붙은 청일전쟁이 일어났다. 일본의 압승으로 끝난 청일전쟁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사건이었다. 또 일본은 근대국가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조선 조정을 압박하여 갑오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리고 그 해 11월,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자주 국가를 염원하며 봉기했던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의 기관총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일본의 조선 침략은 노골화되었다. 1954년 갑오년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이 일어 난지 3년 만에 휴전이 이루진 다음해로 미국, 중국, 소련,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들의 견제 속에 한반도의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어갔다. 국내에서는 반공을 국시로 좌익에 대한 사상검열이 극렬해졌고, 이승만 정권은 장기 집권을 획책하며 독재로 치닫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주변 상황이 120년, 60년 전 갑오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미국과 견줄만한 유일한 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노골화 하고 있고, 일본도 극우정책을 펼치면서 끊임없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일본의 통치를 받았던 아시아 국가들과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 3대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불안한 북한의 정세도 한반도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불안하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세력의 이념적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국민통합을 견인해야할 정치는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싸움을 부추긴다.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을 보살피고 보호해야할 국가의 정책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어간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좀 잘 살게 되었을 뿐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내외의 정세가 지난 갑오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우주가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의 긴 시간에 눈금을 매기고 시간을 구분하여 세기를 나누고, 해를 나누고, 달을 나누고, 하루를 나누고, 시간과 분, 초를 나눴다. 그리고 그 구분에 따라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아프고 쓰라린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난 두 번의 갑오년과 오늘의 갑오년을 돌아보아도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는 지혜를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역사가 정해진 틀 속에서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되풀이되는 것은 아닐진대 지내보고 뒤돌아보면 되풀이되고 있는 역사를 확인하게 된다.

나는 다음 갑오년을 보지 못할 것이다. 다음 갑오년을 온전히 맞는 것은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다음 갑오년에 오늘을 돌아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그 아이들이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탄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이것이 올해를 잘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