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72>
궁보무사 <17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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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 처녀를 한벌성으로 데려갈까해서"
2. 가경 처녀

"옳지! 저 처녀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먼."

내덕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천천히 일어나 그 처녀에게 다가갔고 그 일행도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나물 캐던 처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쪼그리고 앉아있던 자세에서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며 다가온 이들을 경계하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뉘시오"

"으음.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런다. 혹시 이 근처에 살고 있느냐"

내덕이 점잖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만."

처녀는 낯선 사내들이 갑자기 자기를 포위하듯 둥그렇게 에워싸 버리자 약간 두려움을 느끼는지 두 눈을 큼지막하게 뜬 채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며 대답했다.

시원스럽게 보이는 커다란 두 눈에 알맞게 오똑 솟은 코, 앵두같이 자그마한 두 입술과 화공(畵工)이 그려낸 듯 제대로 잘 다듬어진 턱선.

갸르스름한 계란형 얼굴에 도톰한 두 젖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생머리.

이런 처녀를 보는 즉시 예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는 정상적인 시력을 갖춘 사람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하! 예쁘다. 설마하니 이런 깊은 산속에 이렇게 잘 생긴 처녀가 있을 줄이야.'

내덕은 처녀의 뛰어난 미모에 재삼재사 감탄을 하며 천천히 다시 물었다.

"너 혹시 이 근처에서 사냥을 해가며 살아가는 처녀를 아느냐"

"그건 왜 물으시는지요"

처녀가 여전히 겁먹은 두 눈으로 내덕을 똑바로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처녀의 키는 웬만큼 큰 편에 속하는 내덕의 키와 거의 엇비슷하게 보였다.

"어허! 네가 지금 이렇게 대답을 하는 걸 보니 그 처녀에 대해 뭔가 좀 알긴 아는가 보구나. 그래, 그 처녀가 지금 사는 곳이 어디냐"

"그 처녀를 왜 찾으시나요 설마하니 아무런 까닭도 없이 찾는 건 아니실 테고."

"우리는 한벌성에서 온 사람들이니라. 우리가 그 처녀를 한벌성으로 데려갈까해서."

옆에 있던 사천이 처녀 앞으로 나서면서 대신 말했다.

"네 한벌성이요 한벌성에서 어찌 이런 험한 곳까지, 그리고 그 처녀가 무슨 죄라도"

처녀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사천과 내덕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너도 어느 누구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우리 한벌성과 팔결성 사이가 몹시 나쁘지 않느냐 그러니 언제 어느 때 우리 성주님의 외동딸 부용아씨를 해코지하고자 덤비는 자들이 나타날는지 알 수 없단다. 그런데 소문에 듣자하니 그 사냥하는 처녀는 호랑이도 잡을 만큼 몸이 아주 날렵할 뿐더러 무술에도 상당히 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그 처녀를 만나보고 만약 그 처녀가 우리 부용아씨 곁에 항시 붙어가지고 신변을 보호해 줄 의향이 있다고 한다면 한벌성으로 데리고 가서 그 일을 맡겨볼까 하느니라."

"어머머! 그래요 그건 참 좋은 일이네요."

처녀가 기쁜 듯 두 눈을 다시 또 크게 떴다.

"마침 잘 됐다. 보아하니 네가 그 처녀를 알고 있는 듯하구나. 자, 우리를 그 처녀가 있는 곳으로 어서 안내하여라.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우리는 그 처녀를 꼭 만나가지고 확답을 들어야만 한단다."

내덕이 약간 서두르는 자세를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호호호. 마침 잘 됐네요. 멀리 가실 필요도 없이."

처녀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내덕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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