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칼의 노래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11.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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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지난 25일 서원대학교에서 하는 작가 김훈씨의 강연회에 참석했다. 그는 단재 인문학 강좌에서 ‘역사와 문학, 시대를 읽는 즐거움’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작가는 자신이 현재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자기 자신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작가의 경험이 어떻게 문학이 될 수 있는지, 글에 대한,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말 하나하나가 전부 진지했고 무게가 있어서 말하는 한 시간 남짓 칼의 노래를 읽었던 때처럼 숨을 죽이고, 말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들었다. 정말 행복한 한 시간이었다.

‘칼의 노래’ 이 글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다. 420년 전의 임진왜란 이야기다. 이순신이라는 한 개인이 겪은 전쟁의 이야기다. 이순신 장군이 아닌, 인간 이순신이 겪은 전쟁의 이야기다.

줄거리를 말해봐야 허무해질 뿐이다. 이 작품은 한번 읽어봐야 한다. 내용이 아니라, 이 글의 문장 하나하나를 소리 내어 읽어야 할 것 같다. 애가 아무리 투정을 부려도 몸에 좋은 음식은 마구 어르고 야단치며 먹이는 것처럼, 아직 안 읽은 사람들을 억지로 앉혀 책장을 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책이다. 이런 담담하고 서늘하면서, 날선 칼같이 가슴을 시리게 하는 이 문체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하란 말이냐. 이 아름답고 서늘한 문체를 어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수련이 덜 된 독자라 말 끝에 책 구절 하나 올리는 것도 송구스럽고 민망한 기분이 든다. 부끄럽지만 김 작가의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우리 국어를 바르게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 맞춤법 등을 알기 위해 사전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고 자만했던 것이다. 김 작가처럼 ‘노란색’ 등의 자주 쓰는 당연할 말을, 사전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언어를 알기 위해 형법, 헌법을 읽어본다는 김 작가의 말 앞에 반성하고 반성할 따름이다.

사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김훈 작가가 말한 것 하나하나가 기억이 날 정도로 아직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칼 하나를 옆에 차고 말하시는 것 같은 김 작가의 강연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김훈 작가의 책들을 한번 더 복습해야겠다. 그리고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

덧붙여 서원대 미래창조관에서 다음달 6일 7시 손미나 작가(전 방송인), 같은 달 16일 7시 박노자 작가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단재문화예술제천 추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듯한데 이런 좋은 강연은 널리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진하느라 애 쓴 관계자들에게 좋은 강연을 들을 기회를 주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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