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안쪽
남 유 정
만삭의 몸을 풀어
노랗게 팬 나락의 들녘과
여물어 터지는 알밤과
잘 익은 사과를 낳았다.
들길에 낭창(朗暢)한 풀벌레들의 울음도 낳았다.
산야에 지핀 불! 불!
다 연소하고
그을음 시커멓게 나무 그림자 우는 숲으로
산고의 아픈 몸이 신음한다
쌓이는 낙엽 속에서
알, 생명의 태동을 멈추고 깜박
잠 속으로 빠진다.
대지의 더운 숨 속에서
씨앗, 가까운 전생을 잊어버린다
짐승들의 긴 울음소리 잠의 허방 속으로 잠기면
사위 그지없이 조용해
뿌리에서 나뭇가지 끝
흙에서 하늘로 오르는
나무 속, 감춰진 길이 환하다.
<필자약력>
1958년 충북 충주 출생
청주교육대학 졸업
1999년 '시, 시조와 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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