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레벨 앵글
아이 레벨 앵글
  • 강태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1.18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강태재 <칼럼니스트>

청주 성안길과 용두사지철당간은 청주자랑 10선에 뽑힐 만큼 유명합니다. 국보 제41호 용두사지철당간을 건립케 된 사연은, 당대등 김예종(金芮宗)이 전염병을 얻게 되자 철당간을 세워 사찰을 장엄하게 꾸미겠노라고 부처님께 맹세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그의 사촌형 당대등 김희일(金希一) 등이 아우의 바람을 이루고 기울어가는 불가의 위엄을 되살리고자… 세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 얘기가 좀 의문스럽습니다. 지역 내 모든 호족들이 힘을 모아 엄청난 불사를 일으킨 배경이 이미 죽은 사람의 약속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고려 광종 13년(962)을 전후한 시기 고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살펴보면 이런저런 추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왕권을 강화하고자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를 시행하고 공신 숙청을 단행하며 중앙집권체제를 수립한 광종은 마치 조선의 태종과 비견되잖습니까.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청주의 호족들은 철당간 건립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볼 순 없겠는지요.

사진을 촬영할 때 카메라를 어떻게 들이대느냐에 따라 피사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듯이 역사와 문화를 인식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카메라 앵글의 높낮이에 따라, 하이앵글(high angle) 로우앵글(low angle) 아이레벨앵글(eye level angle)에 따라 피사체의 모습이 달리 느껴지는 것처럼, 사물을 인식하는 관점에 따라 차이를 보이듯 역사와 문화를 인식하는데 있어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그간 역사와 문화를 보는 시각, 왕조중심(王朝中心)으로 내려다보는 하이앵글과 민초들로 하여금 우러러 받들도록 하는 로우앵글로 해석하는 역사인식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국가 또는 중앙 의존적으로 보도록 만들지 않았을까요. 왕의 지방 행차나 임금과 연관된 지역의 역사문화는 지역의 입장에서 본 관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여러 차례 읍호가 강등되는 수모를 겪은 청주고을의 역사가 꼭 부끄럽고 수치스런 일이기만 할까, 다른 시각 지역차원의 눈으로 민중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지역의 역사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이제 왕조중심, 도성(都城)문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스스로의 역사를 새롭게 발굴하고 재해석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가령 한성백제와 재지세력과의 관계, 태봉국 건설과 청주인, 고려 건국전후 청주 호족과의 갈등과 용두사지철당간, 임금(공민왕·세종·세조)의 청주 행차, 조선후기 무신란(戊申亂)에 대한 인식, 동학농민전쟁의 역사를 지역의 눈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이제 중앙과 지방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의 입장에서, 일관된 시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고 조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서술 작업과 문화재에 관한 조사연구 그리고 학습 또한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일관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문화학습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일반대중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가운데 즐기는 역사문화 학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문화재 또한 단편적인 대상이 아니라 일관된 역사 흐름 속에서 체계화 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의 관점에서 인식하는 역사 문화를 생각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