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71>
궁보무사 <171>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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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저들을 살려서 성밖으로 내보내서는 안됩니다"
1. 가경 처녀

"그럼 자네들은 어떤가"

주중이 바로 그 옆에 있는 주성의 다른 부하들에게 물었다.

"저 저희들도 요즘 몸의 상태가 좀."

그들 역시 두어 걸음 뒤로 빠지며 손사래를 쳐댔다. 이들 모두 제각각 한 번 이상씩 주성의 아내에게 호된 경험을 몰래 겪었던 탓이리라.

"그렇다면 저희들이 모시고 가겠습니다."

이때 주중을 따라온 건장한 체격을 지닌 병사 두어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머머!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주성의 아내가 갑자기 입을 함지박만큼이나 크게 벌리며 기쁜 듯 소리쳤다.

"그럼, 그렇게 하게나."

주중은 이렇게 허락하고는 곧이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자들을 마차에 태워 성문으로 가서 멀리 쫓아내 버려라."

주성의 명령에 강치 일행을 싣고 갈 마차가 즉시 다가왔다. 이들이 맨 처음 이곳 팔결성 안으로 들어 올 때 탔던 바로 그 허름하게 생긴 마차였다. 강치일행은 그 마차를 보고는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만 어쩔 수 없이 벌벌 떨어가며 병사들과 함께 그 마차에 올라탔다.

"외성을 완전히 돌고난 다음에 저들을 성문으로 데리고 가서 멀리 쫓아내 버려라."

주중이 이렇게 다시 명령을 내리자 마차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곧바로 출발했다.

"대장님! 저들은 매우 위험한 것들이옵니다. 살려서 성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됩니다."

그의 심복 부하중 하나가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주중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저들을 실은 마차가 일부러 외성을 돌아서 가라하지 않았느냐 외성을 한 번 돌아가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니 너는 지금 당장 말을 타고 달려가 성문 밖을 지키고 있는 수비대장 괴정에게 알려라. 저들이 성문(城門) 밖으로 나가는 즉시 체포하여 적당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없애버리라고."

"알았습니다."

심복은 주중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린 뒤 급히 말을 몰아가지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한편, 한벌성 율량 대신의 지시에 따라 부용아씨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여자 무사를 구하고자 서쪽 방향 산속으로 들어간 사천과 내덕은,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다. 산속에서 만나는 자들에게 물어볼 적마다 그녀를 단지 '호랑이 잡은 사냥꾼의 딸'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녀의 구체적인 생김새라든가 나이, 이름 그리고 심지어 살고 있는 곳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거 참! 대개 사냥꾼 딸내미라고만 말하고 있으니, 이를 어쩐다 게다가 어느 산 어느 곳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대개 어느 산 어느 중턱 쯤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하다니."

험한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이제 완전히 지쳐버린 사천이 자기를 따라온 대여섯 명의 부하들을 둘러보며 답답한 듯 이렇게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우리가 괜한 헛고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물어물어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그 여자 무술실력이 지극히 별 볼일 없는 거라면 대체 이를 어쩔 것이여"

옆에 있던 내덕도 몹시 지쳤는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내말이 바로 그 말이라네. 제아무리 사냥을 잘하는 여자라지만 여자는 여자 아니겠는가 앉아서 오줌 누는 여자 따위가 어떻게 감히 그런 어려운 일을 맡을 수 있다는 건지."

"맞아! 동물을 상대로 한 사냥 기술과 사람을 상대로 하는 무술은 엄격히 다르다고."

이렇게 말하며 바위 턱에 걸터앉아 몹시 못마땅한 듯 고개를 절레절래 흔들어대던 내덕은 저만치 떨어진 풀밭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뭔가 열심히 뜯고 있는 처녀 하나를 발견했다. 얼핏 보아하니 그 처녀는 지금 산나물을 캐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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