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중국 지도부의 개혁 의지.
부러운 중국 지도부의 개혁 의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3.11.17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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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이익을 건드리는 것이 영혼을 건드리는 것보다 어렵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개혁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그는 또 “중국의 개혁이 험난한 여울을 건너야 하고, 필연적으로 이익구조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중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개혁의 요체를 기득권과의 싸움으로 봤고, 그 싸움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것이다. 현실을 꿰뚫은 안목에서 결연한 의지가 읽혀진다.

중국의 기득권 세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홍이대(紅二代)’와 ‘관이대(官二代)’ 다. ‘홍이대’는 마오쩌뚱의 측근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에 기여한 공산당 원로들의 후손을 일컫는다. ‘관이대’는 명망가의 후대는 아니지만 관계에 진출해 고위층에 오른 신흥 세도가들의 자녀를 의미한다.

‘홍이대’는 중국을 홍색강산(紅色江山)이라고 부른다. 공산당이 일궈낸 붉은 강산이니 당의 적통인 자신들이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정·관계에 진출한 이들은 선대의 후광을 받아 승승장구하며 요직과 권력을 독차지하고 경제계로 나간 다른 형제들에게 각종 이권과 정책을 제공하며 가문의 치부(致富)에 이바지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금융과 부동산, 석탄, 철강 등 노른자위 산업이 이들의 수중에 들어간 지 오래다.

최근 미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선 글로벌 금융회사 ‘JP모건체이스’ 사례는 홍이대와 관이대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JP모건은 대규모 계약을 따내기 위해 중국 고위 관료의 자녀를 특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JP모건은 국영 광다그룹 탕솽닝 회장의 아들과 장수광 전 중국 철도부 부총공정사의 딸을 특채했다. 이 회사는 특채가 이뤄진 시점에 톡톡한 대가를 챙겼다. 광다그룹 산하 광다은행의 상장 자문 계약을 따냈고 국영철도기업의 자문사로 선정됐다.

국제적 금융·컨설팅회사가 고용한 중국 고위층 자제는 이들 말고도 숱하다.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는 골드만삭스에서, 원자바오 전 총리의 딸은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사위는 메릴린치에서 일한 적이 있다. 반대급부를 염두에 둔 채용으로 지적받는다.

미국에서는 사법당국이 나서 진상 조사를 벌이느니 법석을 떠는데 정작 고위층이 자식을 글로벌기업에 특채시키고 나라의 이권을 베푼 혐의를 받는 중국은 귀를 막고있다. 홍이대와 관이대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의 편향성에 있어서 우리도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 10대 재벌 계열사가 총 638개로 집계됐다. 재벌 당 64개 꼴이다. 돈 될만한 분야는 샅샅이 훑는다는 방증이다. 30대 상장사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한다. 권력의 지형도 역시 특정 계층과 학교로 중심이 쏠리고 있다. 몇몇 특목고 출신들의 판검사 임용비율이 급상승 중이다. 이들 학교 학부모의 절대다수는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들이다. 귀족 카르텔이 형성되고 신분세습이 시작됐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중국과 다르다면 홍이대가 없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건국에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특권은커녕 존재조차 잊혀졌다. 경제의 목줄은 “자유시장주의에 입각해 피와 땀으로 기업과 부를 일궜다”고 외치는 문어발들이 틀어쥐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과 한 뿌리나 다름없는 기득권층과의 일전을 불사하며 분배문제에 칼을 대려는 것은 더 늦어지면 불치의 망국병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이 한 목소리로 합창했던 경제민주화는 벌써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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