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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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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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저녁

이 향 아

진작 와 있는 걸 내가 몰랐다.
내 무딘 발바닥이 여름내내 들떴어도
이러다가 하나씩 가라앉겠거니
새벽 홑이불 살갗에 슬퍼도
내가 이리 슬프면 남들도 슬프겠거니
나는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했다.

목숨도 진작 가을로 깊은 것을
생활도 달력처럼 사위어 드는 것을
살수록 남루만 갈잎처럼 쌓인 것을 몰랐다.
서둘러 돌아갈 길 잊고 있었다.

빈 들에 대낮처럼 불을 놓아서
모처럼 나도 전할 소식 있었으면
누를수록 피어나는 기쁜 일도 있었으면
팔짱끼고 서성이는 초가을 저녁

<필자약력>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음
1966년 '현대문학' 등단
경희문학상, 시문학상, 전라남도 문화상, 광주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오래된 슬픔 하나' 등 13권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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