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생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11.0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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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상국

나는 나의 등을 본적이 없다
그러나 그가 나에 대하여  
때로 등을 돌리든 말든  
거기까지가 나의 영역이다

등에는 면목이 없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업혀 다니는 이유다

손으로 악수를 꺼낸다던가 
안면을 집어넣거나 하는  
은근한 주머니도 없이  
그는 천부적인 나의 객지다

제삿날 절하는 아버지처럼
구부정하고 쓸쓸한 힘이다


※ 등잔 밑이 어둡다고들 하지요. 가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함을 꼬집을 때 하는 말입니다. 그런 것이 어디 한두개 겠습니까만, 시인은 등에서 타인처럼 살고 있는 나를 이야기 합니다. 분명 나와 함께 존재하고 있지만 나는 잘 볼 수 없는 영역이지요. 그 등을 늙으신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봅니다. 쓸쓸하지만 꺾이지 않고 구부정 휘어진 등. 영역 밖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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