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70>
궁보무사 <170>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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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우리 형수님을 도와드리지"
17. 엎치락뒤치락

주성은 위로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생기(生氣)가 돋는 듯 바로 옆에 있던 병사의 칼을 쑥 뽑아내가지고 강치 일행에게 소리치며 덤벼들었다. 그러자 주중이 손에 쥐고 있던 칼의 손잡이 등으로 그의 뒤통수를 재빨리 내리쳤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주성은 그 자리에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몸이 너무 피로하신 것 같으니 댁으로 얼른 모셔다 드려라."

주중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이때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주성의 아내가 강치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의 남자 중심부를 무릎으로 걷어차 버렸다.

"으으윽!"

강치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자기 그곳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느닷없이 별안간 당해버린 탓에 눈물이 찔끔찔끔 쏟아져 나올 정도로 아팠지만 강치는 남자로서의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꾹꾹 눌러 참는 듯했다.

"하늘같은 우리 낭군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주성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아파서 쩔쩔매는 강치를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았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솔직히 따로 있었다. 그녀는 조금 전에 뜨거운 물을 자기 남편에게 뿌리고 난 뒤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재빨리 웅덩이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었다. 그래서 강치와 그의 동료들이 제각각 한 탕거리를 뛰건 두 탕거리를 뛰건 간에 꽤 오랫동안 남자 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자기 몸뚱이를 간만에 포식(飽食) 좀 시키려고 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작자(강치)가 별안간 뭔가를 눈치 채고는 자기 동료들과 함께 재빨리 주성의 몸을 에워싸 버렸고, 곧이어 성 수비대장 주성이 데려온 궁수들이 별안간 그 모습들을 나타내는 바람에 그녀가 은근히 바랬던 것들이 완전히 허사로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에휴! 지지리도 복이 없네! 내가 웅덩이 안으로 일단 뛰어 들어가서 저 네 놈들에게 잡혀 윤간(輪姦)이건 강간(强姦)이건 간에 확실하게 당하고난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오죽이나 좋아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아까 내가 적당히 뜸을 들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무작정 뛰어 들어가고 보는 건데. 에라, 이 원수 같은 놈!'

주성의 아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강치에게 손찌검을 다시 또 하려고 할 때에 주중이 재빨리 말리며 이렇게 말했다.

"형수님께서는 기절한 형님을 모시고 집으로 얼른 돌아가시지요"

그의 말에 주성의 아내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엷은 미소를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쭉 뻗은 사람을 데리고 가자면 저를 도와줄 사람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러자 주중은 바로 옆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는 키가 큰 주성의 부하에게 말했다.

"그럼 자네가 우리 형수님을 도와드리지"

"네에 제, 제가요"

주중의 말에 그는 기겁을 하며 놀랬다. 그리고는 웬일인지 그는 겨울철 사시나무처럼 갑자기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일전에 자기 상관인 주성의 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뜻하지 않게 주성의 아내에게 걸려 호된 곤욕을 치른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仙女)가 무색하리만큼 너무나 잘 생긴 그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그 병사는 질퍽하게 그녀와 일을 한판 치르긴 했지만 그 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어가며 저 혼자 이렇게 푸념을 하더란다.

"어휴! 선녀 X지도 지극히 별거 아니네! 어떻게 개X지 만도 못할 수가 있어"

어쨌든 주중에게 지적을 당한 그 병사는 당황한 듯 두 손을 앞으로 크게 내저으며 말했다.

"저어, 제가 요즘 고뿔(감기)이 심하게 걸린 탓에 도무지 힘을 쓸 수가 없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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