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69>
궁보무사 <169>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1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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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난 못올라가! 절대로!"
16. 엎치락뒤치락

주중은 잠시 생각해 보는 척하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좋다! 내가 내 부하를 두고 맹세하겠다. 주성 형님을 지금 온전하게 올려 보내준다면 내가 너희들을 틀림없이 팔결성 밖으로 안전하게 내보내주도록 하지."

주중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자, 들었느냐 방금 내가 한 말을 만약 이 자들이 주성 형님을 올려 보낸다면 내가 이자들을 팔결성 밖으로 안전하게 내보내주겠다고 한 약속을 말이다."

"네엣!"

주중의 부하들이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니, 어쩌시려고 저런 약속을 정말로 믿자는 거요"

"우리가 올라가 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 일 텐데."

강치 일행이 몹시 당황하고 근심어린 목소리로 강치에게 물었다.

"사방이 흙벽으로 꽉 둘러막힌 이런 웅덩이 안에서 우리가 대체 무슨 수로 빠져나가겠는가 탁 트인 곳으로 우리가 일단 올라가야만 무슨 기회라도 엿 볼 수 있는 것이지."

강치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자를 올려 보내는 즉시 저들이 약속을 어기고 이곳을 메워 우리를 생매장해버리면 어떻게 하나"

어느 누가 울먹이며 이렇게 또 물었다.

"우리 목숨은 어차피 칼날 위에 놓여있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야 조금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에 기대를 거는 편이 낫지. 만약 저들이 방금한 약속을 어기고 우리를 죽인다면 스스로 조롱거리가 되고 말걸세.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복수를 하고 죽는 셈이 되지."

강치는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하고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아 보았다.

"자, 어서 주성님을 올려 보내시오."

주성의 부하들이 단단하게 꼬인 밧줄을 웅덩이 안으로 집어던지며 강치 일행에게 소리쳤다.

"어서 올라가시오."

강치 일행 중 하나가 바닥에 드리워진 밧줄 끝을 집어가지고 주성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아니야! 난 못 올라가 절대로!"

주성은 완전히 피떡으로 범벅이 되다시피한 자기 얼굴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아니, 왜 그러오"

"내가 이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갈 때 너희들이 내 등에다 화살촉을 꽂아버리려는 것이지 난 다 알아! 그러니까 난 죽어도 먼저 못 올라가."

주성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갑자기 추위를 타듯 온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어허! 아니, 그렇게 의심이 많으셔서야 어디. 자, 아무 일 없을 터이니 걱정 마시고 어서 올라가시라고요."

강치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만, 그러나 주성의 고집은 완강했다.

"절대로 내가 먼저 못 올라가! 내가 갑자기 화살촉에 등이 푹 찔려져서 죽을 일 있나 올라가려면 너희들이 먼저 올라가라고. 난 맨 마지막으로 혼자 올라갈 거야."

"허 참."

강치 일행이 주성의 쓸데없는 고집으로 몹시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주중이 다시 외쳤다.

"자, 누구든 좋으니 어서 빨리 올라오시오."

주중의 말에 하는 수 없이 강치가 제일 먼저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갔고 뒤이어 그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모두 다 올라갔다. 웅덩이 안에 맨 마지막으로 남은 주성은 아래로 급히 내려온 체격 좋은 병사들의 부축을 받아 어린애처럼 훌쩍거리며 위로 함께 올라갔다.

"야! 이 자식들아! 네놈들이 감히 나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짓밟았어 내 결단코 가만두지 않겠다! 자, 덤벼라. 난 보다시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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