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스텔렌보쉬
<40>…스텔렌보쉬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3.10.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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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스텔렌 보쉬는 케이프타운의 동쪽에 위치하며 동쪽의 산악지대와 인접해 있는 에르스테 강 유역에 자리잡고 있다. 1679년에 이민자들로 인해 건설되었으며 ‘시몬 반 데르 스텔 총독’의 이름을 붙인 스텔렌 보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케이프타운 다음으로 오래된 유럽인의 정착지이다. 도시는 18~19세기에 세워진 케이프 더치(네덜란스식) 건축 양식의 유지와 복원으로 인해 매우 목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심의 건물은 주로 흰색이 많으며 자연의 색을 닮은 다갈색의 빛바랜 듯 부드러운 색상의 건축물도 있다. 또 웅장한 상수리나무가 늘어선 거리가 오랜 역사를 알려 준다. 1703년 군대행진 장소로 쓰였던 브라크 광장을 비롯해 많은 공원과 정원이 있다. 또한 아프리칸스어의 문화·교육의 중심지로 잘 알려진 스텔렌보스대학교(1918 법인)와 부속연구소·도서관·박물관 등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주한 유럽인들이 케이프타운 다음으로 많이 산다는 스텔렌 보쉬에 도착하여 흡사 우리의 소형아파트 같이 지어진 호텔에 든다. 하지만 내부엔 손바닥만 한 정원도 있어 테이블도 놓이고, 역사가 느껴지는 식당도 있고, 복도 벽의 그림장식도 고풍스럽다. 찌는 날씨를 달려왔으니 도착하자마자 휴식이다. 샤워도 하고, 더운 오후를 빌어 잠깐 잠도 청한다. 쾌적한 침구는 평안하고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 뽀송하고 새하얀 침구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본다. 6시 30분 ‘Spire 1692’ 식당엘 간다. winery(와인이 만들어지는 포도원)를 갖추고 있는 건물의 규모가 남다르다. 야외엔 분위기 있는 테이블이 놓였고, 안으로 들어서자 금속을 포함한 전통생활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점들이다. 독특한 건축물인 2층짜리 독채며 방갈로 형태의 어마어마한 천막(서커스공연장의 느낌!)건축물을 지어 놓았다.

다양한 테이블에서 편안한 분위기로 한껏 여유로움을 즐기는 백인들을 지나 더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 또한 엄청 많아서 한산했던 거리의 사람이 이곳에 모인 것만 같다. 맨 앞의 무대에선 연주하고 춤추는 공연을 보여주며. 흥성스런 잔치마당이다. 어둔 조명을 익혀 어디서 음식이 나오나 둘러보려니 건축물의 길이를 따라 길게 일자로 놓여진 뷔페다. 음식들마다 요리사가 서서 권하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주문을 받기도 한다. 메뉴는 아프리카 뷔페라고 하는데 놀라운 것이 그 종류가 우리나라의 뷔페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라선지 우선 과일로는 메론과 자두, 수박·아가펜서스·포도 등등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고, 고기로는 양고기 스테이크, 임팔라 스테이크, 소·돼지·양·과 소세지와 이름을 다 모를 스테이크들, 다양한 야채샐러드와 올리브 장아찌를 포함한 밑반찬들. 종류나 이름을 다 알 수 없는 음식들이 보기만 해도 질린다. 한 가지씩이라도 골고루 맛을 보려다간 배탈이 나겠다. 

술은 돈을 따로 지불한다. 하긴, 아프리카는 어딜 가나 이런 것이 아닐까. 봄봄도 기분이 좋다. 맥주와 와인을 사서 곁의 사람과 나누어 마시며 좋아라 한다. 여행의 묘미중의 하나가 새로운 음식을 먹는 기쁨이라면, 이 여행에선 길이 바쁘다는 이유로 샌드위치를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먹었다. 페이스페인팅을 서비스로 해주어 얼굴에 제 각각 과일, 십자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창과 화살, 추장문양도 그려 넣으며, 모처럼 서로의 얼굴사진도 담는다. 좀 더 웃고 얘기하는 들뜬 어우러짐이 끝나고 별을 보면서 숙소로 돌아온다. 가이드 닉은 여기가 출생지라는데, 그래선지 매우 들떠있다. 기분이 풀린 이들, 밤 깊도록 뭔 얘기가 그리도 긴지, 문 밖의 끊길 듯 이어지는 이야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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