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이견… 실질적 진전 없어"
"핵심 쟁점 이견… 실질적 진전 없어"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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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농산물·공산품 등 양허안 수정 개방 확대키로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나흘간의 일정을 끝내고 지난 9일(현지시각) 공식 종료됐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앞서 교환했던 관세양허(개방)안과 서비스·투자 개방요구 리스트에 대해 집중적인 협상을 벌였으나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는 평가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날 협상을 모두 마친 뒤 가진 결산 브리핑을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본격적인 주고받기는 없이 분위기만 조성하는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그러나 최대 민감 분야인 섬유와 농산물에서 당초 제시했던 양허안을 수정, 개방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또 공산품(상품) 시장에 대해서도 개방을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한 양측의 관심 분야도 윤곽을 드러냈다. 금융개방 협상에서도 국경간 거래와 신(新)금융서비스 등과 관련해 상당 부분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섬유-농산물 '주고받기' 토대 마련‥수준·시기는 '이견'

우리측은 공세적인 입장에 놓여있는 섬유시장 개방과 관련해 "양허 수준에 실망했다"며 협상 초기부터 미국측을 압박했다.

미국측은 당초 제시한 양허안에서 자국의 섬유 시장 보호를 위해 최장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방하되 전체 품목의 60~70%를 개방제외 품목으로 분류했다. 또한 관세철폐보단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 도입이나 우회 수출 방지를 위한 관세당국간의 협력을 요구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에따라 미국측은 개방수준을 한단계 높인 첫 수정안을 제시했다. 우리측 협상단은 그러나 "역시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즉각적으로 추가 수정안을 요구했다.

농산물 분야에선 섬유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우리측은 총 1531개 농산물 품목 가운데 20% 정도인 284개 품목을 개방제외로 분류했다. 10년내 완전 개방 원칙을 제시한 미국측도 이 같은 우리측의 개방수준에 실망하긴 마찬가지.

일단 우리측은 이번 협상 중에는 수정 양허안을 제시하지 않고 다음 협상 전까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주고 받는 협상의 대원칙을 감안하면 조만간 수정된 양허안을 미국측에 제시할 수밖에 없을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美 방송·통신 개방 vs 韓 전문직 자격인정·비자쿼터 할당 요구

미국측은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 방송과 통신, 법률·회계서비스, 우체국 택배 등 11개 분야에 대해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의 경우 케이블TV와 위성TV의 외국인투자 지분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이들의 외국인투자 지분은 각각 49%와 33%. 그러나 공중파의 지분 구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측도 해운서비스 개방과 함께 엔지니어, 간호사 등의 전문직 자격증을 상호 인정하고, 2만여명 수준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별도로 신설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주정부 조치들의 유보안 기재나 원활한 일시입국 등도 서비스 개방요구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금융개방 논의 진척‥국책 금융기관 개방제외 쟁점 부각

이번 협상에서 양측의 합의가 가장 많이 이뤄진 분야로는 금융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김종훈 대표도 금융개방 협상에서는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측은 국경간 거래나 신(新)금융서비스 부분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

양측은 먼저 소비자금융은 국경간 거래 논의대상에서 제외하는데 합의했다. 미국측은 그러나 보험중개업과 자산운용업의 한국 시장 진출에 관심이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신금융서비스의 판매도 온라인 방식은 허용하지 않고 현지주재 법인이나 지점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반면 미측은 우체국 보험을 비롯한 국책은행, 농·수·축협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없애라는 요구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측은 국책 금융기관은 FTA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여기에 우리측도 국내 금융업계가 건의한 16개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 개선을 요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관심사항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개방 요구 리스트가 교환될 4차 협상에서는 본격적인 주고받기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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