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김춘수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 가을이 온 세상을 가득하게 채웠습니다. 계절의 순환 앞에 죽어가는 빛깔들의 찬란함은 황홀합니다. 붉은 나뭇잎이 하늘을 가로막고 서 있고, 태양을 닮은 노란 은행잎이 땅으로 내려앉습니다. 죽음의 순간처럼 온 힘을 다한 가을 축제는 슬프다고도 아름답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날은 살아온 날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합니다. 정한 목숨 하나 어디로 흘러가는지 마음속 지도를 꺼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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