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35>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35>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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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를 부르는 갈멜산의 대결
갈멜산의 번개대결에서 지혜로써 승리한 엘리야

"지난 3년간의 계속된 가뭄은 여호와를 섬기는 너희들 때문에 하늘이 재앙을 내린 것이다."

"그건 매음을 합법화하고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게 하는 '바알'신을 섬기는 왕 때문에 하나님께서 가뭄을 내린 것입니다." 기원전 870년쯤, 이스라엘 왕 아합과 선지자 엘리야는 이스라엘에 일어난 극심한 가뭄을 두고 서로 상대방이 섬기는 신 때문이라며 설전을 벌였다. 결국 그들은 누구 때문에 일어난 재앙인지를 가리기 위해 대결을 벌이기로 했다. 장소는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갈멜산으로 하고, 승부는 바알의 제사장과 엘리야가 송아지를 제단에 올려놓고 자신이 섬기는 신을 불렀을 때, 불이 내려와 송아지를 태우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했다. 결과에 따라 패한 쪽의 신이 가뭄 재앙의 원인이 되는 것이었다. 중동지역은 지중해성 기후구의 영향을 받아 주로 겨울에 비가 내린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스라엘 민족이 살던 내륙지역은 연강수량이 200~300m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비라도 적당한 시기에만 내려주면 작물 재배에 문제가 없지만, 가뭄이 들어 작물을 파종하지 못하면 극심한 기근이 들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여호와 하나님이 비를 준다고 믿었으나, 가나안족들은 비의 신 '바알'이 비를 준다며 숭배했다. 가나안족이 살던 지중해 연안으로는 연 500mm 이상의 비가 내린다. 중동지역에서 비로 축복을 받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호와를 섬기던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여호와를 떠나 바알을 섬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중의 대표적인 사람이 이스라엘 왕 아합이었다.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 3년간 큰 가뭄이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어갔다. 아합은 여호와를 섬기는 사람들 때문에 바알신의 저주가 내려 가뭄이 들었다고 했고, 엘리야는 그 반대라고 했다.
대결이 열리던 날 아침, 아합 왕 쪽에서는 용하다는 바알의 제사장 450명이 갈멜산으로 몰려왔다. 이들에 대적하는 여호와의 선지자는 엘리야 한 사람 뿐이었다. 엘리야는 바알의 제사장들에게 먼저 그들의 신에게 기도하라고 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바알 제사장들의 광란적인 부르짖음에도 정오가 지나도록 하늘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바알이 늦잠을 자는지도 모르니, 더 큰 소리로 불러보구려!"

엘리야의 비웃음에 제사장들은 칼로 몸을 자해하는 등 미친 듯이 날뛰며 바알에게 불을 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끝내 아무런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 이제는 내 차례요."

정오를 한참 지나 오후 3시쯤, 드디어 엘리야가 나섰다. 그는 먼저 돌로 제단을 높이 쌓고 제단 주위를 돌아가며 도랑을 팠다. 그 다음 제단 위에 나무를 쌓아 송아지를 올려놓고 물을 흥건히 부었다. 제단에서 흘러내린 물은 도랑에까지 가득 고였다. 준비를 마친 엘리야는 제단을 향해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여호와의 불이 내려서 번제물과 나무와 돌과 흙을 태우고 또 도랑의 물을 핥은지라"(왕상 1838)

성경의 기록처럼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모든 것을 태우고 말려버렸다. 엘리야는 번개를 치고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이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해 보였다. 엘리야의 승리 뒤에는 번개를 주관하는 여호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지만, 기상학적 특성을 이용한 엘리야의 지혜가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성경에서 엘리야는 날씨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선지자로도 유명하다. 성경에 '여호와의 불'로 기록된 불은 히브리어 '에쉬'의 뇌우를 의미한다. 대개 낮에 발생하는 뇌우는 기상학적으로 열뇌(熱雷)라고 부른다. 열뇌는 지표면이 가열되어 더운 공기가 상승하는 오후 중반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데, 평지보다 산악지방에서 더 잘 발생한다. 대결 장소를 갈멜산으로 정한 것이나 기도를 오후 중반 이후에 한 것은 이와 같은 기상학적 조건을 고려한 것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갈멜산 정상에는 '기후의 신'을 섬기는 성소가 있었으며, 엘리야가 참 신(神)의 능력을 겨룬 장소는 갈멜산 동쪽의 '엘 무라카'('번제의 장소'라는 뜻)였다고 한다.

엘리야는 피뢰침의 원리도 알고 있었다. 돌로 제단을 높이 쌓은 것은 주변보다 높은 곳에 떨어지는 뇌우의 특성에 따라 피뢰침을 만들어 뇌우를 유도한 것과 같다. 제물과 제단을 물로 적신 것에도 이유가 있다. 제단 주위가 온통 물에 젖어 있으니,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도 불에 타기 힘들 것이라며 바알의 제사장들은 비웃었을 것이다. 마른 장작과 돌은 전기적 부도체(不導體)이지만 물은 전기를 통하게 하는 도체(導體)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엘리야는 뇌우를 끌어들이기 쉽게 피뢰침을 만들고 제물과 나무에 물에 적셔 전기의 흐름을 용이하게 했던 것이다.

뇌우는 5만 암페어의 전류와, 10만 kW의 전력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온도는 약 3만로 백열전구 4000만개 정도를 켤 수 있다. 이 정도의 에너지라면 '불이 내려와 모든 것을 태웠다'(히브리어 아파르모든 것을 티끌로 만들어 버린다는 뜻)는 갈멜산 대결의 성경기록에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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