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아닌 공유 … 시민생활 문화로 확대될 때 성공
나눔 아닌 공유 … 시민생활 문화로 확대될 때 성공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10.17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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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
<6> 청주만의 공유경제를 꿈꾸다

1980년대 근대 산업의 요람

세계 주목 문화공간 '재탄생'



청주연초제조창 2011년 공예비엔날레 개최 '빛'

세계 유명작가들 "입주하고 싶다" 문화공간 각광



청주시, 지역 문화산업현장 탈바꿈 막중한 과제로

佛·獨 등 마케팅… 새로운 문화융성 자원 실현해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문화공간으로 공유경제를 실천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청주 지역에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담배공장이 있다. 청주 내덕동에 있는 청주연초제조창이다.

1946년 경성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개관한 이곳은 1987년 한국전매공사 청주연초제조창으로 개편돼 담배를 생산했던 공장이었다. 한때는 3000명에서 1만여 명이 근무할 정도로 청주를 대표하는 근대 산업의 요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의 변화로 담배공장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1999년 결국 폐쇄되고 2004년에는 가동을 중단한 채 방치됐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 공장은 흉물로 전락하며 존폐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10년의 방치 속에 무용지물로 전락하던 이 건축물은 2011년 처음으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며 빛을 보게 된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지난 9월 11일부터 10월 20일까지 다시 청주연초제조창에서 열리면서 세계 유명 작가들도 입주하고 싶은 공간으로 꼽히는 등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0월 11일과 12일에는 ‘문화융성, 폐허에서 감성으로’란 주제로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포럼을 진행했고, 담배공장 활용안으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영국의 주요도시 재생프로젝트를 추진한 엘레노어 맥알리스터는 “경제적 목적으로 문화유산을 파헤치지 말 것, 문화적 창조인들의 공간으로 만들 것,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유연한 행정을 펼칠 것, 공간의 특성을 살리되 안정감과 지속성 있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한 거버넌스, 창의인 사람, 문화유산 보존 시스템, 경제적 번성, 교육과 참여의 장 만들기 등을 제안했다.

영국 글래스고우시 도시디자인과장 리즈 데이비드슨은 “공간이 아무리 훌륭해도 독립적으로, 일회성으로, 관 주도로 가면 위험하다”며 “주변 공간과의 연계성과 효율성을 살리고, 취업과 교육, 창작과 봉사 등을 통해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70여 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상하이 창의산업센터장 쩡치앙 허는 “문화적 도시개발의 원칙은 안정성, 진실성, 기능성, 가역성, 창조적 개성”이라며 “공간의 특성을 살리되 현대와 미래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클루시브박물관장 아마에스워 갈라씨는 “세계 각국의 사례는 참고만 할 뿐 판단의 근거로 삼으면 위험하다”며 “시민 중심의 참여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효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담배공장이라는 기억을 중시하고 지역민과 주변 공간과의 관계성,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여러 장르가 융복합된 복합단지 형태의 개발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시했고, 김정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기차역이 오르세미술관으로 성공하고, 화력발전소가 데이트모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청주의 시대적 요구는 무엇인지 고민한 뒤 ICT 형식의 창조산업클러스터로 발전시키고, 소비재에서 창조재로 전환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 속에는 외형적 자원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어서 운영의 문제를 포함하면 더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문화공간도 적자가 누적되면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지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에 활력을 주면서도 창조공간으로, 지역 문화산업 현장으로 세계인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매력적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해야 하는 과제는 막중하다. 또 사회적인 공공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많은 시민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갖춰나가야 하는 난제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그런면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공간 공유는 청주시가 모델로 삼을 수 있다. 도살장을 과학기술관으로 재생한 파리의 ‘라 빌레트’는 음악·미술·공연 등 문화예술을 융합한 21세기형 산업기술체험관으로 마케팅의 대상이다. 또 장례식장을 예술가의 창조공간으로 재생한 파리의 ‘상카트르 104’는 세계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면서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예술의 공유를 실현하고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독일의 경우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파파브릭과 맥주공장을 문화산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베를린의 ‘쿨투어브라우어라이 & 페퍼베르크’는 지역에 경제적 효과와 파급을 가져오며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공유경제를 마케팅해 청주만의 공유경제 자원으로 연초제조창을 활용한다면 청주만의 새로운 문화융성 자원으로 공유도시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이 축복’이라는 전문가의 말처럼 청주만의 공유경제를 꿈꾸는 문화의 장이 담배공장에서 꽃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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