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행적
손의 행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10.16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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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임 보

어떤 손은 계산기를 두들기고
어떤 손은 목탁을 두들긴다

칼과 창을 벼르는 손도 있고
삽과 호미를 만드는 손도 있다

한때는 화투를 쥐던 손이
한때는 붓을 잡기도 한다

올무를 놓는 손도 있고
오라를 푸는 손도 있다

진주를 찾으려 시궁창을 헤집기도 하고
목숨을 걸고 폭탄의 뇌관을 열기도 한다

밤에는 은밀한 샅을 더듬던 손이
낮에는 거룩한 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 손이 주는 이미지는 그 사람과 닮았다. 무엇을 하는가라는 언어 밑바닥에는 손의 행적과도 깊다. 지금 내 손은 자판을 두드리며 글자를 만들지만 이따금 손가락을 죄다 펴고 바람에 맞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일과 손은 관계에서 조금 멀어지고 싶은 날이다. 무엇을 손에 잡을 것인가는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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