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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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8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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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밥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데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목숨보다 앞선 밥은 먹지 않으리
펄펄 살아오지 않는 밥도 먹지 않으리
생명이 없는 밥은 개나 주어라
밥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
목숨도 분명히 보지 못한다.

살아 있는 밥을 먹으리라
목숨이 분명하면 밥도 분명하리라
밥이 분명하면 목숨도 분명하리라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을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靑史)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밥을 먹으려거든 이렇게 먹으라. 피가 도는 밥, 살아 튀는 밥, 목숨 위해 쓰이고 다시 힘이 되는 밥. 그리해서 다시 밥으로 건네주는 생명의 밥을 먹으라. 밥의 숭고한 희생을 보지 못하고, 밥의 아름다운 나눔을 보지 못 하고, 밥의 뜨거운 사랑을 보지 못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 밥을 목숨처럼 여기지 않고 사는 거 부끄럽다. 일하지 않고 밥을 먹으면 죽음을 먹는 것이다. 살아 있는 밥을 먹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 헛것을 따라 움직이는 눈먼 목숨이여, 내 몸으로 모시는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을 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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